망 사용료 논란 요지부동...진정성 의심받는 넷플릭스

OCA만 주장하며 망 사용료 지적 회피...SKB, 협상 의지 의심

방송/통신입력 :2021/11/04 16:06    수정: 2021/11/05 08:31

넷플릭스가 국내서 논란을 빚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서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정책총괄 임원이 한국을 찾아 정부와 국회에 면담을 요청하고,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자리를 열었지만 수년 동안 국내에서 지적되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반복되는 기존 주장에 따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협의를 하겠다는 뜻이나 한국과 ‘깐부’가 되고 싶다는 언론 대상 발표가 진정성에 의심을 받게 됐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설명회 자리를 열고, “전 세계 1만4천대의 OCA 디바이스로 지난해 1년 동안 12억 달러의 ISP 비용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라고 불리는 OCA는 넷플릭스가 자체 구축한 CDN이다.

25개 국가 80여개 지점에 OCA를 설치했고, 이를 통해 각국 통신사들이 트래픽 전송 비용 절감이 있었다는 넷플릭스 자체 계산이다. 트래픽 양과 전송 거리, 트래픽 단위 당 가격을 곱했다면서 이 같은 비용 추정치를 내세워 통신사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 자체 CDN만 치켜세운 넷플릭스

딘 부사장은 “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천여개 ISP가 OCA를 무상으로 누리고 있다”며 “소비자와 ISP, CP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입증된 CDN”이라고 강조했다.

1천여개 ISP가 모두 더해 1조4천억원 가량의 트래픽 전송 비용을 아꼈다는 설명이다.

물론 세계 각국의 통신사들이 측정한 수치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입맛에 따라 산출한 추정치다. 트래픽 전송을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통신사가 아니라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사업자(CP) 스스로 추정한 금액이기 때문에 숫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를테면 전세계 1만4천여 개의 OCA 디바이스가 설치돼 있다고 하지만,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바다 건너 일본에 설치된 OCA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실어 나르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가 수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계속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통신사는 25개 국가 80여 곳에 있다는 OCA 가운데 일본까지 건너가 넷플릭스 콘텐츠 데이터를 받아오고 있다.

넷플릭스 데이터를 위해 한국과 일본에 설치된 전용회선 구축 투자비용에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12억 달러가 포함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가 유리하게 보는 점만 구성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원욱 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자체적인 기술 조치 부분은 망 사용료 논의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 일부 발언 논란 더 키워

이날 딘 부사장의 일부 발언은 논란만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국내 망 사용료 논란이 시작된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절차를 도중에 회피한 점이다.  정부의 중재에 해당하는 행정절차가 마무리될 즈음에 넷플릭스는 민사소송을 택했고, 수개월의 정부 행정은 낭비가 됐다. 그렇게 선택한 법적 분쟁에서도 1심에서 패소했고, 한국 정부를 ‘패싱’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딘 부사장은 이같은 질문에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입법 사법 절차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마다 절차를 유리하게 이용해서 명확하지 못한 점을 악용하려는 의지는 아니다”고 답했다.

행정 절차 패싱 논란을 묻는 질문에 입법, 사법만 언급한 셈이다. 줄곧 망 사용료 질문을 던지면 OCA 내용만 반복하고, 행정 절차와 관련된 질문에는 입법과 사법만 답변하는 동문서답이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발언도 추가적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딘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면서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가 (한국에서) CDN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기업에 따라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망 사용료를 내면서 한국에서만 못 내겠다고 버틴다는 비판이 넷플릭스에 줄곧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딘 부사장은 언론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말도 꺼냈다.

이를 두고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를 두고 다른 개념으로 이해했다고 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답변”이라며 “OCA로 트래픽을 100% 줄여줄 수 있다는 딘 부사장의 발언으로 보면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개념이나 CDN이나 모두 회사가 유리한대로 해석하면서 협의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 SK브로드밴드 "협의 의지 의심"

방한 목적을 두고도 업계와 국회, 정부 내에서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도 협의에 응하지 않아, SK브로드밴드가 지난달 부당이득반환 소송에 나섰다. 불과 한 달 전에 SK브로드밴드의 반소가 제기됐다.

그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면서 망 사용료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의 책임에 대한 언급 이후 딘 부사장이 직접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상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은 게 불과 열흘 전이다.

딘 부사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말씀에 전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한다”면서 한발자국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주장 논리는 홈페이지에 띄운 입장문과 변함이 없었다.

또 SK브로드밴드와 협의를 희망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지난 한달 동안의 행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부, 국회에 면담 요청을 하고 언론까지 직접 만나는 방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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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협의에 나서려는 것인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인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딘 부사장이 지불 비용과 넷플릭스의 기여 가치는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서 나올 단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이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고 “딘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네트워크 무임승차 당위성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의 콘텐츠와 네트워크 생태계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다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