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재택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긴급히 구축을 요구받고 있는 재택치료 및 재택의료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 우리보다 1차 의료·가족 주치의 제도,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덴마크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형 재택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달 말까지 4주 동안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실시된다. 사적모임 인원이 확대되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도 해제된다. 방역당국은 이번 방역 체제 개편을 ‘미지의 길’이라고 말한다. 개편 후 발생 가능한 여러 위험 요소를 밝힌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어 의료체계 부담이 가중될 시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일시 정지, 비상계획으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마련한 상태다.
그럼에도 의료 자원 효율화 대책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무증상·경증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재택치료는 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법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다. 재택치료는 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를 분산시킬 수 있다. 치료 효율 뿐만 아니라 익숙한 공간에서의 치료는 심적 안정도 준다. 다만, 원활한 재택치료 시스템이 작동되려면 환자 관리 및 긴급 이송체계 등 세밀한 환자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실제 재택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기대 심리도 존재한다. 재택치료 확대가 그동안 자리잡지 못한 의료전달체계 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택의료가 이미 주류 의료 시스템으로 정착한 덴마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디넷코리아는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 대사로부터 덴마크의 재택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덴마크의 의료제도는 ‘가족 주치의’, ‘원격의료’, ‘1차 의료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아이너 옌센 대사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의 의료체계에서 가족 주치의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는 문지기로서 역할을 맡는다”며 “덴마크에서 환자는 집이나 거주지에 인접한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의료 시스템이 일상화돼 있다”고 밝혔다.
대사는 인터뷰에서 재택치료를 비롯해 덴마크의 정신질환 관리, 지역돌봄체계, 복지 분야 등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 “가족주치의는 치료의 시작점”
- 한국은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해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를 추진해왔다. 덴마크 1차 의료기관 이용은 상급 종합병원 대비 어떠한가.
“덴마크의 보건 시스템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처럼 대형병원이 존재하지만 시스템의 뼈대는 1차 보건의료다. 아프면 ‘가족의(주치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치의는 인후통·두통·기침 등 경증 질환을 맡으면서 중증 질환자의 대형병원 이송여부도 결정한다. 즉, 주치의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환자 친화적인 돌봄도 가능하다.”
-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재택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덴마크에서 주치의가 이른바 ‘게이트키퍼(gate keeper)’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덴마크는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 하고 집에서의 치료를 장려한다. 때문에 방문치료 등 재택의료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 원격의료도 활발하다. 환자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의사에게 환부를 보여주고 상담을 받는다.
나는 17살이 되어서야 처음 병원에 방문했다. 축구를 하다 부상을 입어 엑스레이 촬영을 하려고 병원에 간 게 처음이었다. 이렇듯 환자 대부분은 재택치료 및 거주지에 인접한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다.”
- 지역돌봄체계에서도 주치의의 역할이 큰가.
“주치의는 오랜 경력을 쌓아야만 활동할 수 있다. 주치의는 가족 모두를 케어하기 때문에 가족력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가장 먼저 주치의를 찾는다. 그러면 주치의는 약물 치료 필요 등을 판단하고, 처방을 내려 환자의 증상 개선을 돕는다.
만약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집중 치료를 위해 대형의료기관으로의 이송 결정 권한도 주치의에게 있다. 결국 덴마크에서 주치의는 건강 관리 및 치료의 시작점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근거리에서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 정신장애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덴마크는 이들에 대한 스티그마(사회적 낙인) 해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나.
“덴마크 정부는 ‘원 오브 어스(one of us)’ 캠페인을 실시했다. 정신병력이 있는 이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캠페인이다. 이들은 자신이 어떤 문제를 겪었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 증상이 개선됐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시킨다.”
- 덴마크는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도 존재할 텐데.
“과거 덴마크의 자살률은 현재보다 세 배 가량 높았다. 이를 계기로 덴마크는 정신건강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를 인지, 다양한 대책을 도입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덴마크 보건부가 주안을 두고 있으며 그간 개선 효과를 낸 부분은 정신건강 분야다. 한국도 정신건강에 대한 덴마크식 접근법을 참고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 현재 덴마크가 복지 분야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덴마크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육아 ▲무상 노인 돌봄 및 연금 지원 ▲실직자에 대한 복지 정책 등을 펴왔다. 복합적이고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이루는 복지체계다. 강력한 복지제도가 지속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미래 복지체계를 유지할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현 복지체계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효율적인 해법을 모색 중이다. 관건은 ‘빠르고 효율적인 복지 제공’이다. 우리가 원격의료 등 대안책을 적극 발굴·발전시키려는 이유다.”
관련기사
- 재택치료 확대…건보수가 신설·환자관리 시스템 구축키로2021.09.24
- 재택치료(홈케어) 무증상·경증환자 대비 확대2021.09.10
- 주한덴마크대사관, 8일 ‘일차의료와 정신건강 세미나’ 개최2021.10.08
- 건보공단, 덴마크와 재택의료사업 공유 웨비나 개최2021.10.08
- 한국도 저출산·고령화 등 보건복지 분야에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고령화 사회이며, 만성질환자 증가, 저출산 등 동일한 보건 과제를 갖고 있다. 한국은 혁신적이고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다. 덴마크는 1차 의료라는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혁신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의 역량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주한덴마크대사관은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 병원, 기관·단체 등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