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10주기…"맥OS 선택이 IT역사 바꿨다"

“그 때 마이클 델이 잡스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그랬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00년대 IT 세상을 지배한 것은 애플이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세계 최고 기업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애플이 한 때 난파 직전까지 내몰린 적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애플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쯤 전엔 벼랑 끝 위기를 겪었다. 결국 쫓아냈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시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 때가 1997년이었다.

1997년 복귀한 뒤 MS와 빌 게이츠로부터 현금투자 받기도

돌아온 잡스는 애플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돈을 빌리기 위해, 혹은 투자 유치하기 위해 여기 저기 손을 벌리고 다녔다.

잡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빌 게이츠로부터 1억5천만 달러를 긴급 수혈한 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다. 2000년대 이후에 잡스를 본 사람들에겐 낯선 장면이다. 하지만 당시엔 그만큼 절박했다.

당시 애플과 잡스는 다른 거래도 추진했다. 지금은 잊혀진 델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에게도 손을 뻗쳤다.

미국 씨넷은 5일(현지시간) 스티브 잡스 서거 10주기를 맞아 잡스와 마이클 델의 관계를 조명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씨넷은 “당시 델과 애플이 계약을 성사시켰더라면 애플과 IT 역사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대체 어떤 계약이었을까?

잡스가 임시 CEO로 복귀하던 무렵 애플은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잘 나가던 델컴퓨터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무렵 마이클 델과 스티브 잡스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꽤 친근한 관계였다.

제안 내용은 간단했다. 델 PC에 애플 맥OS를 라이선스하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델 PC 이용자들이 기본 탑재돼 있는 MS 윈도와 애플의 맥OS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마이클 델은 잡스의 제안을 솔깃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맥OS가 깔린 모든 PC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잡스는 맥OS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살짝 불안감을 가졌다. 애플의 맥 판매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당시 델의 PC가 애플 맥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됐다.

결국 잡스는 마이클 델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모든 윈도가 깔린 델 PC에 맥OS를 끼워넣은 뒤 이용자들이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지 결정하도록 하자는 제안이었다.

델은 이 제안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PC 이용자들이 맥OS를 쓰지 않더라도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잡스는 3, 4년 뒤 맥OS를 사용할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았던 것. 잡스가 변심할 경우 맥OS를 이용하는 델 PC 고객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이런 걱정 때문에 애플과 델의 계약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잡스의 선택이 윈도와 맥 OS의 행로 바꿨다

하지만 마이클 델은 당시 두 회사 간의 협상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인정했다.

씨넷에 따르면 마이클 델은 “(그 협상은) PC에서 윈도와 맥 OS의 행로를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결국 둘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회고했다.

위기에 내몰린 상태에서 맥OS 라이선스까지 추진했던 스티브 잡스의 이후 행보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협상이 깨진 덕분에 잡스는 자체 OS를 계속 진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21세기 IT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후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델은 소원해졌다.

씨넷은 델과 잡스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더 소개했다.

잡스가 애플을 살리기 위해 낑낑대던 무렵 마이클 델은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만약 당신이 애플 CEO라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델은 다소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답을 했다.

“회사 문을 닫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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