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정말 '인앱결제 강제' 포기한 걸까

애플은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포기한 걸까?

애플이 앱스토어 이외 다른 결제 방법에 대한 홍보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개발자들과 집단 소송 중인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앱스토어 결제 관련 일부 정책 변경에 대해 합의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2019년부터 앱스토어 불공정 관행 문제로 미국 개발자들과 집단 소송을 진행해 왔다.

6월 개정한 앱스토어 가이드라인 더 발전시킨 수준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번 합의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앱스토어 바깥에서 이뤄지는 다른 결제방식에 대한 홍보 허용’이다. 그 동안 애플은 앱스토어 이외 다른 결제에 대한 홍보를 철저하게 금지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일부 언론들은 "애플이 마침내 인앱결제 강제 조치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합의는 ‘인앱결제 강제 포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선 합의안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다른 결제 수단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 수단은 이메일, 전화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애플은 그 동안 개발자들이 앱에서 취득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활용해 이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금지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6월에야 ‘직접 소통 금지령'을 풀었다.

그런데 당시 직접 소통 허용 조치를 도입하면서 한 가지 단서 조항을 달았다. “절대로 앱스토어 이외 다른 결제 수단을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였다. 다른 결제 수단을 홍보하려면 다른 경로를 통해 확보한 고객 정보를 이용하라는 의미였다.

이번 합의안은 이 때 적용했던 '단서 조항'을 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앱에서 확보한 정보로 외부에서 얼마든지 다른 결제방식을 홍보하라는 것이다.

앱 내부에서 다른 결제 방식 홍보하는 것도 여전히 금지

그렇다고 해서 이번 조치를 ‘인앱결제 사실상 포기’로 해석하는 건 조금 성급하다. 여전히 애플은 인앱결제에 대해선 자사 시스템을 통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앱 내부 결제 때 다른 방식을 허용할 경우엔 보안을 비롯한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애플은 예전에도 앱 바깥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대해선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애플이 이번 합의를 통해 앱 외부 결제를 새롭게 허용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앱 바깥에서 이뤄지는 다른 결제 방식에 대해 앱 바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홍보하는 것만 허용한 것이다.

이번 합의 덕분에 가입자들은 앱 내부에서 취득한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활용해 앱 이용자들에게 다른 결제 홍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지는 두고 볼 문제다.

예를 들어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애플 앱 내에서 게임을 이용하다가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애플 인앱결제를 통해 바로 구매하는 방법이다. 이 때는 판매업자는 애플에 30%를 지불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앱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결제 방법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일단 이용자는 미리 알고 있는 결제 경로를 찾아가서 구매해야 한다. 넷플릭스 같은 구독 서비스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게임 도중 수시로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가중시키는 조건은 또 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앱 내부에서는 다른 결제 수단을 홍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연히 앱 내부에 대안 결제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삽입하는 것도 금지 사항이다. 애플은 그 부분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