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하게 버티던 애플이 미국 개발자들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앱스토어 이외 다른 결제 방법에 대한 홍보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해 자사 결제 방법 홍보를 이유로 에픽게임즈를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정책 변화다.
27일 애플은 카메론을 포함한 미국 개발자의 집단 소송 과정에서 앱스토어 결제 관련한 정책 변경에 원고 측과 합의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오클랜드 지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측 소송을 주관하고 있는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합의안을 승인할 경우 집단 소송이 마무리된다.
지난 2019년 미국 소규모 개발자 그룹은 애플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관행적으로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 앱 내에서 얻은 정보 토대로 다른 결제 수단 홍보 가능
법원에 제출한 애플과 개발자들 간의 합의안은 총 7가지로 구성돼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외부 결제 방법에 대한 홍보를 허용한 조항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앱 개발자들은 이메일 같은 소통 수단을 활용해 iOS 외부에 있는 결제 방법에 대해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앱 개발자들이 앱내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앱스토어 바깥에서 자사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둘째. 이 때 앱스토어 이외 다른 결제 수단에 대해서도 홍보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부분은 애플이 지난 6월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도입했던 조항이다. 하지만 당시 애플은 앱스토어 외 다른 결제 수단에 대해서는 홍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른 결제 방법에 대해 홍보할 경우엔 어떤 경로로 고객 정보를 확보했는지에 대해 소명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으로 개발자들은 그 부담을 들 수 있게 됐다. 앱 내에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앱스토어 바깥에서 다른 결제 수단을 홍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중소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3년간 유지…투명성 보고서도 발간
애플은 대안적인 결제 수단 홍보 외에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앱스토어 중소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향후 최소 3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연간 앱스토어 매출이 100만 달러 이하인 경우 수수료를 15%로 감면하고, 수익 규모가 큰 개발자는 인앱결제에 대한 앱스토어 표준 수수료를 부담한다.
앱스토어의 검색 기능도 개발자 친화적으로 바꾼다. 다운로드, 별점 평가, 텍스트 연관성 등을 기반으로 검색 결과를 표출해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앱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 이같은 시스템도 향후 최소 3년간 유지한다.
인앱결제 가격도 다양해진다. 이전까지 100개 미만의 애플이 제시한 기준 가격에 맞춰야 했지만 이를 5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즉, 개발자가 판매하는 서비스 가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앱스토어 등록 심사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대우라고 여겨지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유지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추가한다는 계획도 합의안에 담겼다.
연간 투명성 보고서를 작성키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앱스토어 등록이 거부된 앱, 삭제된 앱 등을 포함한 앱 심사 절차에 대한 통계를 공유키로 한 것이다.
이밖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기금을 설립해 소규모 미국 개발자를 지원키로 했다. 미국 99%의 개발자가 해당하는 규모로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며, 상세한 내용은 추후에 발표키로 했다.
■ 애플 “더 나은 마켓으로 만들겠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마켓플레이스로 유지하면서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도록 돕게 될 것”이라며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개발자들의 피드백과 아이디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필 쉴러 애플 펠로우는 “앱스토어의 궁극적인 목표와 모든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이번 합의에 우리와 함께 노력을 기울인 모든 개발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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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인앱결제에 대해선 여전히 자사 시스템 고수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애플은 지난 25일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추진 등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두고 이용자 결제 사기, 개인정보 침해 등의 부작용 우려를 제기했다. 자사 결제수단만 신뢰할 수 있고, 이용자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