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로 취임 3년을 맞는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후 실용주의를 앞세워 그룹 계열사들의 핵심 사업 체질 개선에 몰두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8년생인 구 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한 故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2006년 LG전자 재정부문 대리 입사 후 12년 만이었다.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인화를 강조하던 구본무 회장과 달리 구광모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며 “미래 사업에 전력을 집중하려는 전략적인 경영 면모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LG의 분기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채우기 위해 비우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버려야 한다. 구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정리하며 LG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구 회장이 추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3년간 LG그룹이 추진한 매각 작업은 10여건을 웃돈다.
LG그룹은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전자는 하이엔텍, LG히타치솔루션을 매각했다. LG화학은 편광판 사업 지분을 팔았다. 또 LG 유플러스는 결제사업부(PG)를 매각했다. LG CNS 지분 35%도 팔았다.
특히, LG전자는 오는 7월 31일 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4분기 연속 영업 적자에 누적 적자 금액은 약 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IoT 가전,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 경쟁력에 끼칠 악영향을 피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게 낫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모바일 사업 종료는 구 회장 취임 후 최대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LG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2020년에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했으며,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고 언급했다.
■ 전장, AI, 로봇…미래 사업 시동
청산 작업과 함께 신규 사업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후 LG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기존 주력사업인 전자, 배터리, 통신에 이어 전장, 인공 지능(AI), 로봇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전장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전장 사업이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 ZKW 최대 수주 달성 등 굵직한 성과로 본궤도 안착이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와 지난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기업 ZKW(램프),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설립 예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개 축으로 나눠 미래차 부품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 ‘LG마그나’는 오는 7월 1일 공식 출범한다. LG전자는 오는 2023년까지 기존 수주 물량 생산을 통해 연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LG마그나는 단기적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부품)에 국한되나, 중장기적으로는 LG화학(배터리), LG이노텍(카메라, V2X모듈, 3D센싱모듈) 등 LG그룹 전반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구 회장은 취임 후 AI 기술을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AI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에 힘쓰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설립한 LG AI연구원이 대표적이다. LG AI연구원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LG경영개발원 산하에 두고,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개발 등에 2천여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로봇 사랑도 유명하다. 구 회장 취임 한 달 후인 2018년 7월 LG전자는 로보스타의 경영권 33.4%를 인수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취임 직후 진행된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는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로봇사업센터를 BS 본부로 이관했다. 글로벌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로봇 미래 기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선택과 집중’ 통했다…성과 가시화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LG그룹의 근간이 되는 전자(가전,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화학(석유화학, 배터리, 바이오), 통신서비스(5G, IT)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LG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1분기에 매출 18조8천95억원, 영업이익 1조5천166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7%. 39.1%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역대 1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8.1%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1분기 매출 6조8천828억원, 영업이익 5천23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46%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TV 패널의 연간 판매 목표는 800만대를 제시했다.
LG화학은 1분기 매출 9조6천500억원, 영업이익 1조4천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584.0% 증가해 각각 분기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분기에 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는 올 1분기에 영업이익 2천7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4% 늘어난 수치다. 전체 매출은 3조 4천168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서비스 매출은 2조 6천919억원이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서비스수익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LG ‘찐팬’ 만들기에 진심…ESG 경영 신호탄
최근 LG는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찐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찐팬’을 늘려 고객들이 지속해 LG를 찾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 회장이 ‘고객 가치 실천’을 경영 화두로 제시한 이후, LG그룹은 고객 접점이 넓은 LG전자와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고객 감동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구 회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어나가자”며 LG 팬덤 형성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구광모 1100억 승부수…LG, 초거대 AI 기술 키운다2021.05.17
- LG-SK 소송...최태원과 구광모의 문제다2021.04.06
- ‘휴대폰 접고 미래사업 시동’...구광모, 승부수 던졌다2021.04.05
- "이번엔 로봇" LG 구광모 회장, 미래 준비 속도 낸다2021.01.24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LG그룹은 지주사를 비롯한 LG전자,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ESG 위원회 설치를 마치며 ESG 경영에 대한 기반 구조를 마련했다.
LG그룹은 ESG위원회 설치와 함께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 4월 RE100과 EV100 동시 가입과 LG화학이 KBE펀드 핵심 투자자로 1천500억원 출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