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접고 미래사업 시동’...구광모, 승부수 던졌다

7월31일자로 모바일 사업 종료...’선택과 집중’ 경영 주목

홈&모바일입력 :2021/04/05 16:46    수정: 2021/04/06 06:58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에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후 실용주의를 앞세워 그룹 계열사들의 핵심 사업 체질 개선에 몰두해 왔다. 이번 휴대폰 사업 종료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줄이거나 정리하고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5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며 누적 적자 금액은 약 5조원에 달한다. 지난 수년 전부터 국내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거나 제품의 플랫폼화와 모듈화,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중 확대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개선 속도는 더뎠다.

앞서 LG전자 대표이사 권봉석 사장은 지난 1월 LG전자 구성원에게 e메일을 통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LG전자는 사업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5일 모바일 사업을 종료한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사진=LG전자 홈페이지)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CTO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IoT 가전,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 경쟁력에 끼칠 악영향을 피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면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게 낫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모바일 사업 종료는 구 회장 취임 후 최대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마그나와 손을 잡고 향후 출시될 전기차에 탑재될 모터, 배터리 개발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LG전자)

구 회장 취임 후 LG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전장,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전장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7월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신설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 바 있다. 이러한 연속의 작업도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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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지난달 LG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2020년에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했으며,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사업 철수를 통해 LG전자의 대규모 적자 요인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전장, AI, 로봇 등 분야에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