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은 이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이 지난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LCR은 은행이 30 일간의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파산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고유동성자산을 보유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지표의 값이 오를 수록 대응 능력이 좋다고 볼 수 있다. LCR의 하락은 은행의 건전성 측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케이뱅크는 수시로 입·출금이 일어나는 LCR 정의 상 '불안정한 예금'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 LCR과 불안정 예금 추이를 볼 때 케이뱅크의 대출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4일 케이뱅크의 2020년 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6월 288.32%였던 케이뱅크 LCR은 ▲10월(205.92%) ▲11월(197.35%) ▲12월(164.74%)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은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해 계좌를 발급하기 시작했던 때다. 수시 입·출금이 이뤄지는 계좌가 늘면서 LCR이 6개월 새 123.58%p 하락한 것이다.
수시로 입·출금이 이뤄지는 불안정성 예금도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말 케이뱅크의 불안정성 예금은 1천842억원(가중치 적용 후)이었지만, 업비트와 제휴한 2분기부터는 불안정성 예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2분기 케이뱅크의 불안정성 예금은 1조4천573억원, 3분기(1조8천487억원), 4분기(2조2천823억원)으로 늘었다. 1분기와 4분기를 놓고 비교하면 무려 1139%(2조981억원)나 증가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투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거래를 할 수 있는 케이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뱅크의 올해 4월말 기준 고객 수는 537만명으로 3월말 146만명에 비해 391만명 늘었다. 지난 2월 케이뱅크는 올 들어 2개월 만에 신규 가입자 100만여명을 모았으며, 2017년 4월 설립 이후 2년 뒤인 2019년 4월 100만명 고객 유치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감독 비율인 100%를 상회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동성이 높은 예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은행 수익인 대출을 확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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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갑자기 케이뱅크의 유동성이 큰 예금이 늘었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대출보다는 즉각 대응이 가능한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에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도 "늘어난 수신은 높은 수익률을 내는 국공채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며 "케이뱅크의 필요에 따라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