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VR 게임 시장...'신중론' 펼치는 국내 게임산업

"향후 시장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

디지털경제입력 :2021/04/26 11:03    수정: 2021/04/26 13:40

게임산업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가상현실(VR) 게임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큘러스가 지난 2016년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출시한 후 꾸준히 게임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VR 시장은 신형 하드웨어의 출시와 보다 높은 완성도를 갖춘 것으로 기대되는 신작 게임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0년 10월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침체된 VR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기기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일로부터 약 3개월 가량 지난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120만 대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큘러스 퀘스트2 국내 출시 이미지.

VR과 AR 전용 AP인 스냅드래곤 XR2를 탑재해 전작보다 약 2.5배 가량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PC와 연결할 것 없이 기기 자체에서 여러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오큘러스 퀘스트2의 특징이다. 또한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출시 지원하지 않았던 최대 주사율 120Hz와 에어링크 기능을 통해 PC와 무선으로 연결해 활용도를 높이는 등 활용도를 더욱 넓혀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밸브가 지난해 출시한 VR FPS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VR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금 알렸다면 올해는 이런 기세를 이어갈 게임이 연이어 출시될 예정이다.

오큘러스가 지난 22일 진행한 온라인 게임쇼 오큘러스 게이밍 쇼케이스에서는 ▲워해머40,000 배틀시스터의 협동 모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탐험 게임 론 에코2 ▲호러 게임 장르 역사에 한획을 그은 바이오하자드4를 VR로 재해석한 바이오하자드4 VR ▲잠입액션 게임 아이 익스펙트 유 투 다이2 ▲닌텐도64로 출시돼 큰 인기를 얻었던 1080 스노우보딩의 후속작 카브 스노우보딩 ▲VR 좀비 슈팅게임 애프터더폴 ▲호러 퍼즐게임 레이스 더 오블리언: 애프터라이프 ▲드라마 워킹데드를 소재로 한 VR 게임 워킹데드 세인츠앤시너즈의 신규 캠페인 애프터쇼크 등이 공개됐다.

오큘러스 퀘스트2로 출시 예정인 바이오하자드4 VR

이들 라인업을 살펴보면 과거 콘솔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게임을 VR로 재해석하거나 VR 게임 시장 초기에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게임의 후속작이 여럿 눈에 띈다. 대작 게임 지식재산권(IP)가 VR 게임으로 활용된다는 점과 후속작을 출시할 수 있을 정도의 고정 팬층을 확보한 VR 게임이 시장에 존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형 VR 기기 출시와 이를 뒷받침 할 콘텐츠 공급이 이어지며 글로벌 VR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DC는 VR 기기 시장 규모가 약 7% 가량 감소했으나 올해는 약 4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VR 기기 출하량도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런 VR 시장의 성장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소규모 게임사 중에는 VR 게임 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꾸준히 이어가는 기업도 눈에 띈다.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오큘러스)

넥슨의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캐주얼게임 IP를 활용한 크레이지월드 VR과 PvP와 PvE에 주력한 액션 게임 더패처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픽셀리티게임즈, 오큘러스 퀘스트 스토어에서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는 VR 낚시게임 리얼 VR 피싱을 개발한 미라지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라지소프트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형게임사들은 VR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가 VR 기기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에 발맞춰 게임을 선보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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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VR 시장이 몇 년째 꾸준히 발전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이나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콘솔 시장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VR 게임 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시장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사 관계자는 "VR로 다룰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만 시장 성장을 이끄는 콘텐츠는 단연 게임이다. 지난해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하프라이프 알릭스 수준의 게임이 몇 개 더 출시된다면 VR 게임 시장 성장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