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가면서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나, 곳곳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면서 금융권 내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책임져온 저축은행부터 연 20%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을 조이는 등 보수적인 정책을 펴는 모양새라 소비자의 근심이 커질 전망이다.
7월부터 최고금리 연 24%→20%…저축은행 대출 소급적용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7일부터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간다. 정부가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고금리 단기대출과 생계형 소액대출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목표로 제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208만명에 달하는 채무자가 혜택을 보면서 매년 4천830억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신 햇살론17 금리 인하, 20% 초과 대출 대환상품 한시 공급 등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법정 최고금리 20%는 7월7일 이후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연장하는 대출 계약에 적용된다.
단, 저축은행은 표준약관에 따라 2018년 11월1일 이후 체결·갱신·연장된 계약에도 내려간 최고금리를 반영한다. 가령 저축은행에서 연 24%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7월7일 이후엔 별도의 계약 없이도 자동으로 이자가 20%로 내려가는 셈이다.
동시에 일부 저축은행은 그 이전에 체결된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소급적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면서도 "정책 취지를 감안해 가급적 그 이전에 이뤄진 계약에도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출 조이는 저축은행…중·저신용자 사금융 노출될 수도
다만 문제는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워진 중·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대거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8년 2월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내려갔을 때도 26만1천명이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고, 그 중 4만7천명은 불법 사금융을 접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번에도 31만6천명이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며, 3만9천명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많은 사람에게 대출을 판매하면 실적에 도움이 되겠지만, 조달 금리와 판관비,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기준에 미달하는 대출을 무작정 수용하긴 어렵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미 주요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웰컴저축은행은 3월1일부터 금리가 연 19.9%를 초과하는 신규 대출은 실행하지 않고 있으며, JT저축은행도 지난해 12월부터 2월말까지 연 20%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 역시 고금리 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그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작년 12월말 저축은행의 전체 신규 신용대출 중 고금리 대출 비중은 18.6%로 전년 대비 8.3%p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에서 고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7.2%(5조5천29억원)로 15.3%p 줄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에 대응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앞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 개편 효과 '미지수'…근본적 대책 필요"
금융위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정책 서민금융 공급 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나, 당장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이란 존재한다. 각 조치가 모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데다, 모든 채무자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그 규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융위는 20% 초과 대출에 대한 대환상품(2천만원 한도)을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관련 대출을 1년 이상 이용했으면서, 정상적으로 상환 중인 저소득·저신용자를, 즉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고금리 대출에 노출된 소비자 특성을 감안했을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은 물론, 그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정부보증 대출상품인 ‘햇살론’의 금리를 15.9%로 2%p 내리고, 지원 대상을 넓힌 것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저소득·저신용자 지원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는 하나, 은행별 연체율이 한 때 12%까지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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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일각에서는 정부 자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금리를 내리고 상품을 확대하는 데서 벗어나 금융사가 소비자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으로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 취지는 공감하나,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는 만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면서 "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수렴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