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 영업비밀 증거자료 확인해보자" 제안

혐의 인정 여부 두고 평행선…LG "소모적인 논쟁 불필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한 증거자료를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이번 소송의 본질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 양사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를 살펴보고 합의로 나아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SK 측이 동의한다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사는 "해당 증거자료는 현재 양사 대리인들만 확인할 수 있고, 양사가 동의할 경우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확인한다면 경쟁사가 당사의 어떤 영업비밀을 가져가서 활용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오전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제시한 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오른쪽) 관계자들이 각사가 제조한 전기차배터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각 사

미국 ITC는 지난달 10일(이하 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해 미국 생산과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판결의 효력은 60일 후인 다음달 12일 발생한다.

다만, 합의금 규모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두고 양사는 아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5천억원 대 미만을,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대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ITC 판결이 근거로 SK 측이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LG 측과 달리, SK 측은 이번 소송에서 문서 삭제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퉈보지도 못했다는 입장.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ITC는 최종판결문에서 'SK의 증거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전사적으로 자행됐고, 자료수집·파기라는 기업문화가 만연해있다'고 언급했다"면서 "악의적인 증거인멸에도 당사는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개연성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단순히 양사간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산업에서 지식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한 국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당사는 30여년간 쌓아온 소중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