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배달앱 회사들도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요, 배달대행 회사 역시 배달기사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성동구 성수동에 새롭게 지어진 고급 아파트인 아크로포레스트로 음식을 배달하러 간 기사분들이 곤란한 일을 겪는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경비 업체가 아파트 입구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세우고 도보로 이동하도록 하는가 하면, 개인 신분증을 맡기고 화물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했기 때문이죠.
이에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로지올) 성동지역 영업점은 가맹점주들에게 아크로포레스트 배달 건의 경우 배달 할증료 2천원을 더 받는다고 공지했습니다. 또 음식점주들도 배달앱에 이 같은 안내를 하라고 밝혔습니다. 취재결과 바로고, 공유다 등 다른 배달대행 업체들도 해당 아파트에 배달 할증료를 추가한 상태입니다.
아크로포레스트 측은 “배달 기사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도록 안내한 사실이 없다”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또 배달 기사에게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배달대행 지점들은 아크로포레스트측 경비업체가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보안 조치를 취한 것이 맞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한 배달기사는 신분증 대신 지갑을 맡기고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아파트 경비업체 측의 조치가 과하다는 의견을 보냈는데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난 2018년에도 있었습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인 메세나폴리스 입주민회에서 배달 기사들의 신분과 소속을 요구하고 화물 승강기를 이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배달 노동자들은 메세나폴리스 광장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고 “배달원은 화물이 아니고, 손님은 귀족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아파트 측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파트 입주회 측은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음식을 배달하면 승강기에서 냄새도 많이 나고 그릇을 집 밖에 내놓아 지저분해진다”면서 “화물용 승강기는 입주민들도 이용한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생각대로 측에 따르면 “한 번 갔던 배달 기사들은 두 번 다시 안 가려 하는 곳”이 바로 아크로포레스트인데요, 할증 2천원을 더 준다 해도 걸어서 이동해야 하고 신분증을 맡기고 화물 승강기까지 타야한다는 곳에 배달 기사들이 음식 배달을 갈지 의문입니다.
이번 이슈와 별개로 배달대행 지역 지점들의 갑질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 업체 이름을 내걸고 각 지역에서 지점(영업점)들이 음식점들과 계약을 맺고 배달대행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배달대행 브랜드라 하더라도 지점마다 서로 요금 체계가 다르고, 할증을 달리 적용하는 경우가 있어 음식점들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점도 배달비를 인상했기 때문에 배달 기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배달료를 야금야금 올리고 있어 부담이라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비용을 음식점이 내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나아가 배달대행 기사들이 여러 음식점을 거쳐 한 번에 배달하다보니 음식이 식거나 배달이 지연돼 발생되는 소비자 불만까지 음식점들이 떠안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불만을 제기하면 배달대행 업체를 바꾸라는 식의 답을 듣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음식점들의 토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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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거래액 규모는 1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7년 2조4천760억원, 2018년 4조9천890억원, 2019년 9조2천95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거의 수직 상승한 셈입니다.
배달 시장이 ‘배달앱-배달대행-배달대행 지점-음식점-소비자’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그 사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배달앱 시장이 날로 커지는 만큼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방식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