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자의 e知톡] 인앱결제 강제, 문제는 많은데 대책은 쉽잖네

소비자 피해 우려…절묘한 규제 필요

인터넷입력 :2020/09/24 17:14    수정: 2020/10/05 13:54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 정책을 놓고 인터넷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구글이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내년 8월 이후 게임뿐 아니라 전체 앱에 대한 인앱결제 정책을 적용한다고 알리면서 이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구글과 같은 앱 마켓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앱 개발사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와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앱결제란 ‘앱 개발사’가 아닌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정한 결제 시스템과 결제 관련 정책을 앱을 등록하는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구글 자료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이 같은 인앱결제 방식을 따른 앱에서도 신용카드, 체크카드, 통신사 결제, 간편결제 등 각종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당장 불편할 게 없습니다. 누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결제로 발생되는 수익을 가져가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사실 관심도 없고 상관 없습니다. 내가 지불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면 그만이죠.

그럼에도 왜 내가, 그리고 여러분이 구글 인앱결제 강요 정책 확대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까요. 그리고 정부와 국회,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나선다 해서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공룡 사업자들이 글로벌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 걸까요.

인앱결제가 뭐기에…인터넷 기업들이 반대하는 속내

인앱결제는 모바일 앱 마켓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이 자사 마켓에 입점한 앱 개발사한테 적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 입점한 엘지전자가 티비를 판매하고 있다면 이마트가 정한 결제 시스템과 방식, 그리고 보안 및 환불 정책 등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이마트는 약 30%의 결제 수수료를 엘지전자한테 받아가고, 이마트는 그 중 일부를 결제 대행사나 통신사 등에 지급하게 됩니다. 수수료를 챙기는 대신 이마트는 엘지전자에게 판매 공간을 주고, 안전한 결제를 지원하며 혹여 문제 발생 시 대신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이마트를 '구글'로, 엘지전자를 '앱 개발사'로 바꾸면 됩니다.

지금까지 구글은 게임을 제외한 비게임 앱에 대해서는 앱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습니다. 반면 애플은 2011년부터 게임, 비게임 구분 없이 인앱결제 방식을 적용하고, 수수료 30%를 걷어왔습니다.

그 동안 수수료 없이 사용자한테 유료 서비스를 해온 기업 입장에서는 내지 않았던 추가적인 결제 수수료를 구글에 더 지불해야 하니 부당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앱이 유통되는 시장의 길목을 지키고 선 구글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너희도 우리도 통행세를 내야 돼”라고 하니 가진자의 횡포로 비춰지는 것이죠. ‘재주는 곰(앱 개발사)이 부리고 돈은 되놈(구글)이 가져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어디서 또 봤던 것 같은데?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 기업에 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작은 기업이다.

이 같은 지적은 비단 모바일 앱 마켓 시장에서만 나온 게 아닙니다. 규모가 큰 플랫폼 사업자들이 똑같이 듣는 비판입니다. 일례로 지마켓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는 검색 수수료를 받는 네이버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중소상공인들 역시 백화점과 홈쇼핑사들의 수수료 갑질을 지적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음식 중개 앱 사업자들의 광고비와 수수료 문제가 대두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이나 애플 역시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진 사업자다 보니, 이보다 작은 기업들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상황입니다. SK텔레콤이나 KT와 같은 국내 통신사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구글과 애플 앞에서는 힘 없는 약자에 불과합니다. 구글이 일반 앱으로까지 인앱결제 정책을 확장할 경우 웹툰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기업들은 높아진 비용 중 일부를 소비자한테 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많은 모바일 서비스들이 애플에서 결제할 때와 구글에서 결제할 때 그 금액을 다르게 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높은 수수료 정책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받고 있는 것이죠. 똑같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8천690원을 내는 반면, iOS 이용자는 30% 수수료가 더해진 1만1천500원을 내는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구글마저 비게임 앱에 대한 인앱결제를 강제하게 되면 어느 정도는 사업자가 그 비용을 감수하겠지만, 일부는 소비자한테 전가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사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비용을 올려 받지 않겠다는 착한 마음을 먹는다면 소비자들이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단순 인앱결제 강제만 문제 아냐…독과점 유통 구조가 문제의 본질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2019년 국내 앱마켓 시장의 매출 점유율은 각각 63.4%와 24.4%로, 둘이 합쳐 87.8%에 달합니다. 즉, 두 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앱을 유통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원스토어’가 낮은 수수료 정책과 이용자 혜택을 강화하며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렇다 보니 예고된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화에 앞서 인터넷 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선제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인터넷 기업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 미국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방통위에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또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에 구글의 법 위반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우리 국회에서는 앱 마켓 사업자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불리한 계약 금지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방통위의 권리감독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사진=씨넷)

해외에서는 애플과 구글 수수료 정책에 맞서 우회 결제 방식을 지원했다 양 앱 마켓에서 게임을 삭제 당한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초에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반독점 혐의로 애플을 제소하기도 했죠.

국내외에서 앱 마켓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관련 소송이 제기된 상태지만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습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자칫 무역협정 위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틱톡’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생각지도 못한 무역 보복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 보입니다.

나아가 해외 사업자들의 횡포를 잡으려다 자칫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입는 어리석은 규제가 탄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해외 사업자들은 법망을 교묘해 빠져나가거나 제대로 따르지 않는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어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일부 사업자 문제 아닌, ‘내 문제’로 인식해야

그럼에도 “구글 앱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앱들이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라는 논리나, “자유경제 시장에서 정해진 수수료를 정부가 나서 규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뒤집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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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료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도 이용자를 확보해서 추후에는 유료 모델을 도입해 수익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너희들은 무료 서비스니까 상관 없잖아?”라고 하는 것은 부당해 보입니다. 또 시장에서 독과점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은 규제 당국이 나서 조율하고 문제를 바로 잡는 건 어느 국가에서나 시장에서 당연시 되는 일입니다.

다만 전문가들 지적처럼 시간에 쫓겨 당장 어설픈 규제를 만들기 보다, 촘촘한 논리를 세우고 적합한 대응책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나아가 이번 이슈가 특정 사업자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서만 커진 게 아니라,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라는 점을 대중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들이 나서야 비로소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