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이 블록체인 사업 영역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플랫폼'까지 확장한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개념검증(PoC)·시범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CBDC를 발행하고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체 '라인 블록체인'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라인은 여러 국가에서 제도권 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동시에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CBDC 연구·발행 검토 국가 늘면서 사업 기회 포착
라인 블록체인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언체인의 이홍규 대표는 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0' 2일차 행사에서 "라인은 CBDC 플랫폼을 준비해 전 세계 중앙은행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CBDC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해외 각국을 다녀보니 CBDC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것이란 판단이 섰고 준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1~2년 사이 세계 많은 중앙은행들이 CBDC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올해 초 파일롯 프로그램의 운영을 마쳤고, 지난 10월에는 심천 지역에서 선정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유럽연합은 내년 초까지 발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고, 일본은 내년 PoC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은행도 현재 CBDC 파일롯프로그램 설계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CBDC 발행을 검토하는 국가가 더 많아지고 도입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라인 입장에서 보면 CBDC 플랫폼을 제공할 사업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중국의 공격적인 CBDC 행보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이 대표는 전망했다. "중국은 CBDC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시도하고, 달러에 버금가는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노리고 있다"며 "중국이 CBDC를 발행하면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으니 대비하는 차원에서 CBDC 발행 검토에 더 많은 국가가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의 디지털화폐 발행 계획이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에 위협이 되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재정을 국민에 신속하게 재분배해야 하는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도 CBDC검토 확산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았다.
라인, 이유 있는 자신감..."금융·암호화폐 둘 다 잘 아는 업체 우리뿐"
이미 세계 CBDC 플랫폼 시장에는 R3 코다, JP모건이 개발한 쿼럼,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 등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경쟁 상황을 언급하면서, "제도권 금융과 암호화폐 사업 대한 이해를 모두 가진 업체는 라인이 유일"며 "라인이 가진 강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라인은 라인페이, 라인뱅크 등 여러 국가에서 라이선스 기반 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 또 링크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지급·운영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두 가지 영역을 모두 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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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라인 CBDC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라인 블록체인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는 점, 분산원장 기술뿐 아니라 금융서비스에 특화된 오픈 API, 사용자들을 위한 지갑, 자금세탁방지(AML) 기술 등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라인이 가진 소매용 CBDC에 대한 강점이 많은 중앙은행에 어필되고 있다"며 "멀지 않은 미래에 라인의 기술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