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결국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한다.
17일 로이터는 화웨이가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30개 이상의 에이전트와 딜러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컨소시엄은 아너를 사들이기 위해 새로운 회사 '선전시 즈신 정보 기술(Shenzhen Zhixin New Information Technology)'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선전 스마트시티 테크놀로지 디벨롭먼트 그룹과 30개 이상의 에이전트와 딜러가 공동으로 설립한다.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화웨이는 아너의 R&D 역량, 공급망 관리 등 아너의 모든 자산을 매각하며, 아너에 대한 지분을 일체 보유하지 않는다. 7천명 이상의 아너 직원들도 모두 승계한다.
성명은 이번 매각을 두고 "아너의 산업 체인을 살리기 위해 이루어진 시장 주도형 투자"라고 표현하며, 소유권 변경은 아너의 발전 방향이나 안정성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매각금액은 나와 있지 않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1천억 위안(약 16조8천6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너는 화웨이가 2013년 설립한 중저가 브랜드로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 주로 온라인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해 비용을 절감하며, 자국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해왔다.
지난 3분기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CBG) 스마트폰 출하량 5천90만대 중 아너 스마트폰이 1천530만대로, 전체 화웨이 그룹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30%를 책임지기도 했다.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데는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아너를 떼어내고 P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로 이뤄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너는 화웨이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가게 되면,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하면, 화웨이와 아너의 글로벌 점유율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홍콩 애널리스트 플로라 탕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소비자의 화웨이 지지가 아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지만, 화웨이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너가 해외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R&D 지원, 공급망 공유 등이 없어지고 특히, 화웨이로부터 기린 칩셋 공급이 어려워진다면 시장내에서 독자적인 차별화 우위를 다시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웨이도 중저가 라인업이 사라지면서 우세했던 중저가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글로벌 출하량 1위 경쟁이 어렵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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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아너 매각으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강정현 수석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화웨이 아너 매각의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글로벌 시장 내에서 2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