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인앱결제 강제 금지’ 입법 덧없어 보인다

그물로 바람 잡기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15 15:29    수정: 2020/10/05 13:23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행위는 한편으로 부당해 보인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앱 개발회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고, 이를 금지하려는 입법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런데 그런 강제에 대한 금지 입법이 과연 가능할 지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그런 모든 노력이 그물로 바람을 잡으려는 일처럼 허무해 보이는 탓이다.

앱마켓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생긴 독특한 시장이다. 스마트폰에서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판다. 그 시장을 만든 곳이 애플과 구글이다. 다른 시장도 있지만 두 회사가 만든 시장이 독과점하고 있다. 앱을 만들어 팔려면 이곳에 진열해야 하고, 사려해도 이곳에 들어가야만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시장의 거의 모든 질서를 두 회사가 정한다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의 정책이 곧 법(法)이다.

특정 시장에서 특정 회사 정책이 곧 법(法)과 같다면 이는 각국 경쟁법 취지에 당연히 어긋날 것처럼 보인다. 사업자들 사이에 경쟁 제한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그로인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인앱결제다. 인앱결제는 앱 내에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두 회사는 앱마켓에서 거래를 중개하며 이 결제 과정에 개입해 수수료 30%를 떼어간다.

앱 카테고리 별 인앱결제 비용(출처=센소타워)

인앱결제(In-App Purchase)는 주로 게임 같은 디지털 콘텐츠 거래에서 발생한다. 해당 앱 안에서 아이템 따위를 사고 팔 때 하는 결제다. 이 결제와 관련 애플과 구글은 앱 개발회사에게 자사의 입맛대로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고 있다. 이 강제 조치가 시장경쟁을 제한한다는 것이며, 해외에서는 일부기업이 이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고, 국내에선 그걸 금지하려는 입법 활동이 진행 중이다.

‘강제 금지’ 주장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지나친 수수료 탓에 콘텐츠 앱 개발 산업이 위축되고, 그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억지처럼 보이지만 않는다. 또 국내에서 운영하는 다른 앱마켓(원스토어)은 결제수단을 강제하지도 않고, 수수료도 훨씬 더 적다. 정부는 이런 취지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향후 ‘어떤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강제 금지 반대’ 주장의 입장과 논거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이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앱마켓의 중개 수수료 또한 ‘영업의 자유’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또 인터넷 등 다른 경로로 판매하고 그렇게 구매한 것도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에, 인앱결제 강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없잖다.

인앱결제 수입을 포기할 경우 앱마켓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문제가 복잡하다. 현재 ‘인앱결제 강제 금지’ 관련 입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 중심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는데, 이런 복잡한 이유 때문에 아직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이 금지 조항을 법으로 명시한 곳이 없다는 게 부담이다.

여론도 이 입법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두 업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유명 게임회사 에픽처럼 국내 디지털 콘텐츠 개발업체 일부도 인앱결제 강제 생태계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겠지만, 다른 많은 업체는 그래도 살아가야 할 공간이 그곳밖에 없다는 점에서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듯하다. 이용자들 또한 그 생태계에 길들고 익숙해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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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이슈를 ‘그물로 바람 잡기’라 표현한 것이다.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지만 단 칼에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책이 곧 법(法)이 되는, 이 부당해 보이는 상황은, 결국 ‘혁신의 프리미엄’으로 헌납된 것이기에 더 그렇다. 그게 두려울 뿐이다. 이 이슈를 두고 점차 ‘디지털 주권’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는 그들 손아귀 속 공깃돌이 되어가고 있다.

이 답답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한두 개의 성긴 그물에 있는 게 아니라 웅장한 대붕(大鵬)의 꿈에 있을 텐데 그 꿈을 누가 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