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도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반도체 부문은 당초 메모리 가격 하락 우려에도 불구 선방하고, 스마트폰과 TV·가전도 신제품 출시 효과와 온라인 판매 호조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각각 62조2천683억원과 9조560억원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7조7천800억원) 대비 약 16%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내놓고 있다. 시장 기대치를 1조원 가량 뛰어넘는 수준이다.
DB금융투자 어규진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을 10조원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경제 재개에 따른 스마트폰, TV·가전 판매 호조와 서버 수요 둔화로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도 화웨이향 재고 축적 수요 증가로 선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 대비 선방…"화웨이 재고 확보 수혜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3분기 4조~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당초 반도체 부문은 서버 수요 등 영향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대비 부진이 예상돼 왔다. 서버 업체들이 비대면 수요 확산으로 메모리 재고를 확보하면서 하반기 관련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3분기와 4분기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몰리는 등 반도체 성수기로 통상 더 큰 실적 선방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전분기 영업이익(5조4천3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미 가격 하락세 영향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에 미·중 갈등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는 사전에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1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올해 5월 발표된 2차 제재안은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미국 기술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은 반도체에도 미국 기술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3차 제재안을 내놓았다.
화웨이는 제재 수위가 강화되는 시점인 오는 14일 이전까지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3분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 후반대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못하게 되더라도 오포, 비보 등 다른 업체들에 공급을 확대해 일정 수준 공백을 메울 수 있어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잇따라 대형 수주를 따내고 있다는 점도 실적 전망에 긍정적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 5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4 시리즈 생산을 맡았다. 지난달에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10을, 이달 초에는 미국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맡기로 했다. 생산 시점에 따라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 SMIC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반도체 기술과 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사이익 기대감이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 5월 미국이 대만 TSMC와의 거래를 막자 대안으로 SMIC를 점 찍은 바 있다. SMIC는 삼성전자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혔던 만큼 대체재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갤럭시노트20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중소형 패널 공급이 늘면서 7천억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 시장 수요 회복이 전체 시장 대비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실적 호조는 4분기 두드러질 전망이다.
폰, 신제품 효과에 '훨훨'…TV·가전도 온라인 판매 호조
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영업이익도 기대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0조원으로 예상한 DB금융투자는 IM과 CE 영업이익을 각각 3조2천억원과 1조원대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에 각 부문이 기록한 2조9천200억원, 5천500억원의 영업이익보다 증가한 수치다.
IM부문은 3분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Z폴드2를 선보였다. 프리미엄 라인업 출시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갤럭시A 시리즈 판매 확대로 매출 증가를 통한 고정비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갤럭시A를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7일) 버라이즌과 총 66억4천만달러(약 7조9천억원) 규모의 무선통신 솔루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통신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한다. 장기 계약으로 네트워크 사업부 실적에는 텀을 두고 차차 반영된다.
TV·가전의 호조도 점쳐진다. 비대면 경제에서 온라인 구매 비율이 급증, 브랜드 파워가 높고 다양한 가격대 제품군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가전과 TV 판매 호조로 이어진다는 게 SK증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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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점에 방문해 세일즈맨의 설명에 좌우되지 않아 브랜드 파워가 높은 업체의 가성비 제품을 스스로 결정해 구매하는 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마케팅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하반기는 삼성전자가 화웨이 스마트폰과 소니 TV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로 판매 호조에 따른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재탈환하고, 가전과 TV도 온라인 판매 호조로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