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침체에다,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그리고 서버 업체들의 재고조정 등 D램 수요를 줄일 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까지 D램 계약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D램(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이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현물가격 상승이 곧바로 계약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최근 D램 현물가격이 상승해 전체 메모리 산업이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D램 계약가격 변동은 공급업체 및 구매업체의 재고 수준과 서버 D램의 구매 모멘텀 회복에 달려있다"며 "D램 가격은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서버 구매업체가 재고 구축 조달을 다시 시작할 때까지 가격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 현물가격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화웨이가 최근 미국의 추가 제재 이후 D램 제품 조달을 강화하고 모바일 및 서버 D램 구매 활동도 일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의 공급과잉 상황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업체의 경쟁 심화로 근시일 내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가 전망도 비슷하다. D램 현물가격의 하락세는 잠시 멈췄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하반기까지 계약가격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가격 반등 시점도 이르면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부터 D램 계약가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및 화웨이 추가 제재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계약가격 반등이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도 당초 예상치보다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는 9월 14일 이후 수요가 살아날 수 있느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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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는 지난주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은 화웨이 이슈가 반영되지 않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기존 전망치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지만, 화웨이 제재가 나타나는 4분기에는 기존 예상보다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다행히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화웨이 이슈를 틈타 스마트폰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객사 확대 및 제품 믹스 등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