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삼성, 반도체 육성전략 차질빚나

檢, 이재용 부회장 등 11명 기소...경영공백 따른 '초격차 전략' 지속 불투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9/01 15:45    수정: 2020/09/01 15:47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 도약을 목표로 내건 '반도체비전 2030' 전략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경영에 큰 변수가 발생한 탓이다. 더욱이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삼성전자 내부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을 둘러싼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뉴스1)

검찰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 과정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 그룹 차원의 불법행위도 동원된 것으로 봤다. 

검찰 측은 "이 사건 합병은 최소비용에 의한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미전실 지시로 실행,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고 기망한 것으로 명백한 배임 행위이자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질서 교란행위"라며 "기업집단의 조직적 금융 범죄에 대해 예외 없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자본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공정경제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 및 국내 자본시장의 신인도와 국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재확산에 경영공백까지 '엎친데 덮친격'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삼성전자 내부는 위기감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영공백은 자칫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이듬해 4월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반도체비전 2030)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비전 2030은 오는 2030년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육성 전략이다.

지난해 4월 경기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연구개발 73조원, 생산시설 6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 초미세 극자외선 공정을 이용한 파운드리 기술로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와의 격차를 좁혀왔다. 나아가 올해 1분기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는 사상 최대치인 17조6천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도 창출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상황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을 재판에 매달리게 되면서 경영공백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이번 결정은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삼성이 위기극복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할 수 있고, 특히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육성전략에 있어서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 산학연 "지속가능한 상생, R&D 정책 이어져야"

산업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이후, 삼성전자가 국내 중견·중소 업체들과 상생경영을 강화하고 국산화를 적극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육성전략에 일환으로 다양한 대중소 상생 경영활동을 펼쳐왔는데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할까 우려스럽다"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많은 부분에서 대기업(삼성전자)이 주도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도약을 목표로 내건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사업은 선두업체인 퀄컴, TSMC 등과 아직은 기술격차가 큰 만큼 선행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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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전자는 2018년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산학협력센터를 설치하고, 대학의 연구역량이 산업 생태계를 질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실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여 개 대학으로부터 약 100여 건의 연구용 테스트 반도체 제작 의뢰를 받아 모두 무상으로 지원한 바 있으며, 올해는 산학협력 기금 1천억원을 조성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협력을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