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개발사들이 구글·애플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슈진단+] 인앱 결제 수단·수수료 강제 구조의 비극

디지털경제입력 :2020/09/03 08:49    수정: 2020/09/04 11:30

언리얼 엔진과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 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된 인앱결제 문제가 국내에서는 구글로 논란이 옮겨가면서 방통위가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기존 게임 콘텐츠만 아니라 일반 앱에 대해서도 수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훤회 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글 인앱결제와 관련한 질의에 “현재까지 검토한 내용으로는 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결제 수단 강요와 결제수수료 30%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 및 공정거래법 등에서 살펴볼 부분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콘텐츠 앱을 개발 중인 게임, 웹톤, 음원, 전자책 업계는 방통위 향후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에픽게임즈 vs 애플-구글...인앱결제 논란 확산

지난달 13일 에픽게임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은 포트나이트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영구히 20% 할인하는 포트나이트 메가드롭을 발표했다. 이는 애플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앱스토어 입점 업체에 매출 30%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애플은 즉각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에서 삭제했다. 에픽은 애플의 행위가 플랫폼 사업자 독점 행위라며 소송으로 맞대응 중이다.

에픽게임즈의 대표 게임 '포트나이트'

에픽은 입장문을 통해서 “애플은 시장을 통제하고 경쟁을 차단하며 역신을 억압하는 괴물이 됐다”며 “지난날 독점 기업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강력하고 사악하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에픽이 운영지침을 위반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주장 중이다. 애플에 검토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것은 앱스토어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같은 이유로 에픽의 포트나이트 앱을 제거했다.

애플과 구글은 플랫폼 관리를 위해서는 별수 없다는 주장이다. 수백만 개 앱을 관리하기 위해 수수료 징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애플, 앱 매출 수수료 30% 과연 정당한가

애플과 구글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앱 개발사가 각각 플랫폼에 앱을 올리고 매출을 올리면 30%를 가져가고 70%는 개발사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7:3 법칙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초창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반에는 큰 매출을 올리는 개발사도 드물었고 앱을 세계 국가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이었다.

하지만 앱 개발사의 마케팅 경쟁으로 이제는 ‘30% 수수료가 과연 정당한가’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애플 30% 수수료와 인앱결제가 앱 개발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대형 앱 개발업체는 앱을 출시하고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마케팅을 소모하면서 70%가 아닌 30~40% 정도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됐다.

이와 동시에 대형업체 마케팅에 밀린 소형 앱 개발사는 앱을 스토어에 출시해도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대형업체는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소형업체는 고사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30%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 결국 피해는 콘텐츠 개발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다.

위피 플랫폼 사업자는 수수료 10%...소형 개발사 자금 지원까지

국내는 2002년 위피(WIPI)1.0 발표되면서 2005년 국내 폰에는 위피가 의무 탑재 출시 됐다. 위피 플랫폼 운영은 SKT, KT(KTF), LGU+ 각 이통사가 주도했다.

2009년 4월까지 위피가 폐지 되기까지는 콘텐츠 개발사는 매출 90%를 가져갔다. 플랫폼 운영사인 이통사는 10% 수수료만 챙겨가는 구조였다.

당시 이통사가 현재 구글-애플이 가져가는 30%와 동일한 경우도 드물게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위피 특성상 상위에 노출이 가장 중요했던 만큼 상위 5개 노출 콘텐츠 개발사에만 일부 적용됐다.

위피 플랫폼을 탑재했던 폰

상위에 노출되면 수억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개발사도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상위 노출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통사가 매출 50%를 가져가는 상황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영세 콘텐츠 개발사를 위한 구조였다.

영세 콘텐츠 개발사를 위해 이통사가 개발비 대부분을 지원했기 때문에 기획과 개발력이 높지만 자본이 열악한 개발사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위피 플랫폼에 출시되었던 게임

이러한 케이스를 통해 개발사는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도 했다.

위피 의무 탑재가 2009년 4월 폐지되고 같은해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며 위피 플랫폼을 탑재한 폰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콘텐츠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며 7:3 매출 쉐어가 11년째 지속 되고 있다.

앱 개발사 대표는 이미 알고 있었다...소작농이 되는 콘텐츠 업체

에픽게임즈는 지난 2018년 8월 14일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 출시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 구글플레이 출시가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폰에 직접 설치가 가능한 APK버전을 배포 했었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직접 운영 중인 언리얼엔진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도 개발사가 88%, 플랫폼이 12% 수익 배분 정책을 선보이면서 구글-애플 플랫폼 수수료 정책을 우회 비판했었다.

모바일앱 전문조사업체 센서타워는 구글플레이가 놓칠 포트나이트 수수료는 568억 원으로 예측했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애플 결제정책 준수 요구에 대한 비판 외에도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폐쇄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팀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팀 스위니 대표는 지난달 7일 트위터를 통해 "애플은 3차원 가상세계 무법자“라며 ”애플 정책은 엑스클라우드, 지포스나우, 스타디아 등 모든 크로스플랫폼 생태계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서는 지난 2014년 11월 지스타프리미어 간담회에 직접 사회를 맡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모바일 시장에 대한 분석을 내놨었다.

당시 김택진 대표는 “모바일 업체가 개발자로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수주받고 공급하는 소작농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소작농 시대가 왔다고 본다. 과거에 개발자는 개발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됐지만 이제는 퍼블리셔 업체가 대부분 이익을 가져간다. 개발쪽에는 20-30% 수익만 가져가는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 대표가 소작농 발언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결국 앱 개발업체는 실제로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결제 수수료 30% 얼마나 줄여야 하나...자체 결제로 하면 누구에게 좋은가

그렇다면 30%로 책정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는 얼마나 줄여야 할까. 국내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현재 원스토어는 개발사가 매출 80%를 가져간다. 원스토어는 20%만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개발사가 외부결제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 비율은 또 달라진다. 원스토어는 매출 5%만 가져가고 개발사가 95%를 가져간다.

업계에서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개발사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진(픽사베이)

개발사는 외부 결제업체와 협상을 통해서 5~11% 매출을 쉐어한다. 결국 개발사는 최대 90% 매출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

구글에서 70%만 가져가는 상황에서 원스토어에서는 20%를 더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나오니 개발사는 자연스럽게 이용자에게 콘텐츠 할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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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도 같은 콘텐츠를 구매하더라도 구글에서 구매하는 콘텐츠보다 원스토어가 훨씬 저렴하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구글, 애플이 매출 수수료를 20%까지 줄인다면 개발사나 이용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가 된다”며 “방통위에서 제재 검토를 한다면 국내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를 기준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