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로마사와 웹툰의 재밌는 만남...'로마의 딸'

동사원형 "단순 역사 글 아니라, 당대 인간들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인터넷입력 :2020/08/16 10:48    수정: 2020/08/16 11:33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스물다섯 번째 인터뷰는 '만일 카이사르가 여자였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서 로마 제국의 삼두정치를 이끈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마리우스와 술라 등 시대를 풍미한 주요 정치가들이 이야기를 그린 시대극 '로마의 딸'의 동사원형 작가다. 고대사 특유의 불투명성과 욕망에 대한 이중성을 다룬 이 웹툰은 1부 20화 웹툰 연재에 참고문헌만 80여권에 달하는 등 재미와 고증 모두에 심혈을 기울인 독특한 사극 웹툰으로 평가받는다. 역사 속 인물들과 만화 속 인물을 비교하며 봐도 좋을 '로마의 딸'을 만든 동사원형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참고기사: 쇼미더웹툰 '로마의 딸']

동사원형 작가가 전한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동사원형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로마의 딸'이라는 제목은 사실 라틴어로 적었을 때는 FILIÆ ROMÆ, 즉 '로마의 딸들'입니다. 그리고 이건 문자 그대로 카이사르들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우선 이런 제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로마의 역사를 좀 알아야 하는데, 주인공으로 삼았던 카이사르의 친척인 마리우스는 제3의 건국자, 즉 로마의 아버지 취급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서 카이사르는 그런 마리우스의 후계자를 참칭한 적이 있으니 사실상 스스로를 '건국자의 후계자, 즉 로마의 아들' 정도로 뜻한 것이 되겠습니다. 또 여기서 '딸들'이라고 복수가 된 것은 카이사르라는 의미가 카이사르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이후 카이사르의 이름을 이어받은 로마의 황제 자체를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에서 황제를 뜻하는 단어 중 몇몇은 카이사르에서 따오게 됩니다. 챠르, 카이저 등등...)

그렇기에 카이사르들을 다루는 제 만화에서 로마의 딸FILIÆ ROMÆ라는 제목을 택하게 된 겁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럽과 지중해 역사, 특히나 고전기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가 '동사원형'입니다.

저는 원래 만화가보다는 사학과, 즉 역사학을 다루는 교수를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도 그림을 그리긴 했었지만,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게 됐고, 아무래도 역사학자들이 주로 보는 논문보다는 그림이나 만화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제 생각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엔 만화가를 목표로 하게 됐습니다.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저는 요즘 '히스토리에'라는 만화를 보면서 영감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일단 해당 만화가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다루는 것도 이유기는하지만, 작가 특유의 색이나 스토리의 전개 방식, 그리고 역사를 자연스럽게 픽션에 녹여내는 방식이 제게 큰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무래도 역사적 요소를 많이 포함한 만화다보니 작업에 하나부터 열까지 이것저것 고증에 신경 쓰는 부분,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에서 타협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게 작업이 여러가지로 번거로워짐과 동시에 정신까지 아무래도 피곤해지더라고요. 아직도 그 타협점이 부족하게 나왔지만, 제가 아는 여러 역사 쪽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어시스턴트 분의 자기희생(?)과 애정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버텨냈던 것 같습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스포일러가 좀 될 수 있는데, 카이사르의 숙모로 설정된 마리우스가 카이사르의 친척인 루키우스 카이사르의 목을 참수해 베어내고 로마 내에서 대규모 학살을 벌일 때를 하이라이트로 보고 있습니다. 평소 어른들의 세계와는 어느정도 단절돼 있던 카이사르의 세계가 무너지고, 이윽고 로마의 똥구더기, 즉, 잔혹한 현실로 떨어지게 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캐릭터 설정으로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고, 향후 카이사르의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도 그 사건은 로마 공화정이 무너지는 사건 중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었고요.

레진 웹툰 '로마의 딸(작가 동사원형)',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딱히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할 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캐릭터의 이름에 대해서 굉장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성형 이름과 남성형 이름의 구분이 불분명한 한국과 달리, 영어권 특히나 라틴어에서는 그 구분법이 비교적 매우 철저한 편입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역사상에 나오는 남성들을 여성으로 바꾼 로마의 딸에서 그 이름을 여성형으로 바꾸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굉장한 고민을 하게 됐죠.

예를 들자면 주인공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가이아) 율리아 카이사르'로, 그리고 '가이우스 마리우스'를 '마리아'로 바꾸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냥 이 문제를 일단은 덮어놓고 원고를 준비하며 여성화가 된 카이사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여자로 바꾼 것도 사실 이상한 일인데, 아무래도 별 상관없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대로 남성형 이름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운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일단 작품을 시작할 때는 기존에 로마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 그 중에서도 특히 서브컬쳐에 푹 빠지신 분들에게 읽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재를 진행하다 보니 여러 팬메일(?) 비슷한 것을 받았는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도 로마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분들이 단순한 흥미위주로 봤다가 로마사에 푹 빠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작품을 시작할 때와는 달리, 지금에 와서는 로마사에 별 다른 관심이 없으신 분들에게 부디 이 작품이 읽혔으면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로마의 딸을 통해서, 고대 로마 역사를 단순히 역사 상의 재미없는 글이 아니라, 당대를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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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현재는 로마의 딸 2부도 부디 하고 싶지만, 일신상의 문제로 장기연재를 필요로 하는 웹툰 계획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제 일신상의 문제가 해결되면 아마 로마의 딸 자체를 기반부터 다시 손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대한 차기작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다만 웹툰 계획은 아니고, 출판으로 나오는 것이니만큼 웹상에서보다는 서점에서 제 차기작을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많은 부분에서 세계화가 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는 동양문화권의 특색을 가졌기에 어렵게 서양사, 특히나 고대 로마사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고대 서양사라도 결국엔 우리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정말 인간적이고 재밌는 역사입니다. 저는 부족한 제 실력이나마 애정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양사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부디 제 만화와 서양사에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