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심의위 이재용 '불기소' 권고 받아들여야

[정진호의 饗宴] 올해 현장경영만 17번째...공격 경영·투자 길 터줘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0/08/02 12:03    수정: 2020/08/02 17:3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또 사업현장을 찾았다. 이번엔 차세대 반도체 시험과 패키징(포장) 등 후공정을 주로 담당하는 온양 사업장이다. 올해 이 부회장이 국내외 현장경영에 나선 것만 모두 17번째. 한 달에 2.4회 꼴이다. 올 설 연휴 중남미 출장과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사업장 방문에 그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현장 점검으로 좀 더 촘촘한 미래 구상을 해야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하지만 재계 많은 관계자들은 수년째 사업장만 맴도는 이 부회장을 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 재판에 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경영권 승계로 이어졌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다. 과연 세계 1위의 IT 기업 총수가 언제까지 사업장 순방에 매달려야 하는가. 작금의 현장 경영과 내부 임직원과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라는 위기의 시간을 지나 글로벌 인수합병(M&A) 전쟁을 벌이는 한시가 급한 이때에 재판과 기소로 발목이 잡혀 진짜 가야할 곳을 가지 못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코로나 이후 글로벌 IT산업은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첨단기술 선점과 경쟁이 더 빨라지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어느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오늘의 일등 기업도 언제든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반도체 시장의 대격변을 불어올 소프트뱅크 소유의 ARM 인수 전쟁이 시작되고, 애플은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치고 전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잘 나가던 중국 공유 자전거 기업 오포(ofo)는 하루아침에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미국 IT 4대 플랫폼 기업 대표들은 청문회에서 자신들은 독점 기업이 아니며 삼성과 LG와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삼성의 경쟁자들은 차세대 반도체와 AI, 자율주행, 전장사업 분야에서 기술 선점과 협력을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이때에 총수가 4~5년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삼성전자 전문경영인들이 봐도 참으로 애가 탈 노릇이다. 최근 공개 석상에서 권오현 상임고문과 김현석 CE부문장 사장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강조한 일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리더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경쟁 업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작금의 시대적 담론은 무엇이고 미래는 어떤 시대인지. 해외를 돌며 선진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듣고, 영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준비하지 않겠는가. 경영에도 급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과거 재판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선대가 이룬 지금의 삼성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세계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경영혁신으로 기술과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좀 더 공격적인 경영과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하는 이유다.

이참에 검찰에게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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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이미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양심과 상식의 법정이라고 할 수 있는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받았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어떤 곳인가. 현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하는 검찰개혁 제도 그 자체 아닌가. 검찰 스스로 잘못된 기소와 자아도취적 탈선을 막자고 만든 안전장치가 바로 수사심의위원회다. 그런데 위원회가 한 달 전에 내린 의결 결과를 뭉개면서 불기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검사끼리 난투극도 모자라 권력다툼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1년 8개월 동안 100여명의 임직원을 수사하고 영장이 기각되고 불기소 권고를 받은 수사팀에게 수사를 더 하라고 다독여야 하나. 과거 수사심의위원회의 8차례 권고안을 모두 따랐던 검찰이 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엔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누가 검찰 기소에 공감하겠는가.

이 부회장은 이미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와 관련 2017년 특검에 의해 구속 기소된 이후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사실상 같은 혐의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나눠 또 다시 기소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검찰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모순 때문일 것이다. 그럴바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불기소 결론을 내어주는 것은 어떨까. 국익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