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마음을 나누는 공간 '카페 보문'

심우도 "누구나 다 쉽게 읽고, 작더라도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인터넷입력 :2020/08/02 09:57    수정: 2020/08/02 18:38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스물세 번째 인터뷰는 손님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손님이 되는 동네 카페의 이야기를 그린 '카페 보문'의 심우도 작가다. 음료를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을 통해, 자극적인 이야기에 지쳐 느리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카페 보문']

심우도 작가가 그린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심우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카페 보문’은 제가 실제로 운영했던 '보문 찻집'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2014년 성북동 근처에서 1년여 간 찻집을 운영했었어요. 찻집으로 운영할 공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문사'라는 절이 있다는 걸 알았고, '보문'이라는 말을 찾아보니, 뜻이 좋아서 '보문 찻집'이라고 지었습니다. ‘우주의 모든 사물은 저마다 일체의 법을 포섭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해요.

웹툰의 배경은 찻집이 아니라, 커피를 파는 카페로 설정을 했기 때문에 '보문 찻집'이 아닌, '카페 보문'으로 정했습니다. 실제 찻집을 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주변 카페와 경쟁하기 싫어서 커피를 팔지 않았고, 환경을 위해 일회용 컵도 전혀 쓰지 않고, 에어컨도 놓지 않았거든요. 그냥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전시나 공연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미만 찾다가 금방 문을 닫게 됐어요.

그래서 ‘카페 보문’에는 제가 바랐던 공간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7년차 부부입니다. 심우도는 '심흥아와 우영민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저(심흥아)는 2008년 만화 ‘우리 선화’로 데뷔했고, 남편(우영민)은 만화책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카페 보문’으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쭉 출판만화를 해왔어요. 남편은 출판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가 점점 어려워져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다른 출판사를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취업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제가 남편에게 같이 웹툰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남편이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만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좋은 만화들도 많이 봐왔고요.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도 반신반의하면서 도전을 하게 됐죠. 그렇게 '심우도'라는 이름으로 웹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스토리와 콘티를 짜고, 남편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저는 사실 웹툰을 잘 보지 않아요. 출판만화로 시작해서 그런지 종이책으로 만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만화는 거의 책으로 보고 있어요. 요즘은 아이 돌보느라 시간이 별로 없어서 영화, 드라마, 만화 모두 거의 못 보고 있는데요. 예전엔 좋은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처음 만화를 시작했던 스무 살 무렵에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크게 감명 받았고, 일주일 정도 머릿속에서 영화 장면들이 떠나지 않았었어요. '박하사탕'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제 만화의 방향성이 그때 잡힌 것 같아요. 그후로 20대에 영화를 많이 봤고,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만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남편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점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레진에 덧글 시스템이 없다 보니, 악플에 시달리지 않은 점은 좋았지만 반면에 응원도 받지 못해서 기운이 좀 빠졌었어요. 게다가 인기도 없었던 터라 항상 순위 바닥에 있었거든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가,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늘 궁금했습니다. 작업하다가 지칠 때면,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심우도'로 처음 하는 작업이고 첫 웹툰인데, 이렇게 연재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와 남편이 같은 장면을 뽑았는데요. '카페 보문'의 전 주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이 품었던 의문이 풀리는 지점이거든요. '카페 보문'이라는 공간이 있기까지 과거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따뜻하고도 슬픈 이야기예요.”

레진 웹툰 '카페 보문'(작가 심우도),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연재 당시, 저희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연재 마무리할 즈음에 아버지에게 치매가 왔습니다.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고, 작업시간이 많이 부족해져서 연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겨울에 연재를 마쳤는데, 이듬해 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니, 힘들었지만 아버지가 곁에 계시던 그때가 많이 그리워져요.”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누구나 다 쉽게 읽고, 작더라도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만화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다 읽기 좋은 만화거든요. ‘카페 보문’도 인연이 닿은 모두에게 잠시나마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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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지금은 어린이 잡지에 ‘마음 바다’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어요. 아마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 같고, 친구와 함께 꿈에 관한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해진 이야기는 없지만, 내년에도 꾸준히 만화를 그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독자들께 잘 스며들어, 좋은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건 참 보람되고 기쁜 일입니다. ‘카페 보문’을 포함해 저희가 그린 만화를 찾아봐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