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세계 가전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생산 차질, 원자료 조달 문제, 유통망 폐쇄, 소비 위축 등 다양한 위기 변수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LG전자(한국)와 월풀(미국), 일렉트로룩스(유럽) 등 글로벌 주요 가전 제조사간 경쟁력 및 역학구도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2분기 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하반기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 LG전자 가전, 코로나 위기 속 빛났다
지난 7일 LG전자는 2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2조8천340억원과 4천931억원으로 공시했다. LG전자에서 가전을 맡고 있는 H&A사업본부는 5조원을 상회하는 매출액과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5천억원 안팎의 영업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1분기 H&A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4천180억원, 영업이익 7천535억원을 달성하면서 LG전자는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등 가전 3사 중 매출액,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모두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LG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경쟁사인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으로 국내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재택 시간 장기화가 가전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신가전이 판매 호조를 보인 것도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신가전은 전통 가전보다 비교적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비중 증가는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LG전자 H&A사업본부 내 신가전 매출 비중은 2017년 11%에서 지난해 15%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17%로 늘어날 전망이다.
■ 2Q 월풀·일렉트로룩스 ‘주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유럽과 미국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시장이 기반인 월풀과 유럽 매출 비중이 큰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월풀은 올 2분기 매출이 40억4천200만달러(약 4조 8천350억)에 영업이익률 2.3%, 영업이익 7천700만달러(약 921억원)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전 분기 대비 7% 줄어든 수치다.
일렉트로룩스는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 23억4천유로(약 3조2천억원)에 영업이익 -0.3%로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 지역 공급 제한으로 인해 가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6 % 감소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가전 사업환경 악화는 모든 업체에 영향을 미쳤다"며 "오히려 LG전자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전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가전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 LG전자, 하반기 1위 유지할까…코로나 재확산 변수
전년 대비 위축된 2분기와 비교해 하반기 가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또 하반기 주요국 소비 진작책의 수혜가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가전 판매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월풀과 일렉트로룩스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하반기 LG전자의 시장 1위 수성은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가 매년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실적이 강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LG전자는 상반기에 월풀 매출을 따라 잡았지만, 하반기 월풀보다 매출이 적었다.
월풀 역시 올해 연말 시즌 몰리는 가전 특수를 감안해 완만한 U자형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다. 자체 매출액은 연간으로 10~15%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매출에서 월풀은 23조5천억원, LG전자는 21조5천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요나 사무엘 일렉트로룩스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3월부터 5월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완화되면서 6월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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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 사무엘 CEO는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고 건강과 위생에 관심을 기울이며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건강 가전이 더 중요해졌다"며 "유럽 시장 하반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도 LG전자 H&A사업부 매출이 월풀을 앞섰지만, 하반기에 따라잡혔다”며 “LG전자가 가전 왕좌를 지킬 것이라고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 및 상황 약화 등 시장 특성상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