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마켓컬리에 300억 지원…생태계 조성 잰걸음

컬리, 김포 물류센터 건립 등에 활용할 예정

금융입력 :2020/07/10 16:42    수정: 2020/07/12 08:23

산업은행이 '샛별배송'으로 급성장한 마켓컬리(컬리)에 300억원을 수혈한다. 우리 경제의 새 동력인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약속대로 창업생태계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부천지점을 통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에 대출 형태로 300억원을 지원한다. 컬리는 이 자금을 김포 물류센터 건립과 인원 확충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는 고품질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주문한 제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달하는 이른바 '샛별배송'으로 유명세를 타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창업 당시 3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6년 173억원 ▲2017년 465억원 ▲2018년 1천571억원 ▲2019년 4천289억원 등으로 크게 뛰었다. 매년 세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4월 컬리를 방문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제공)

이에 힘입어 컬리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5월에도 9천8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세콰이어 캐피탈 등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2천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지난 5년간 유치한 누적 투자액은 4천2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도 컬리의 이런 성장성을 인정해 대출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은행 입장에서 스타트업에 대출을 내주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뒤따른다. 대부분 사업 초기 단계여서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데다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도 부실해서다. 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산업은행과 컬리의 각별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그간 산업은행이 벤처투자 플랫폼 ‘KDB넥스트라운드’로 컬리의 투자 유치를 돕는 한편, 출자한 펀드를 통해 수차례 투자한 바 있어서다. 지난해 4월엔 이동걸 회장도 컬리를 찾았다. 김슬아 컬리 대표 역시 지난달 산업은행이 마련한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에 참석해 성공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산업은행이 기업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이동걸 회장의 철학에 발맞춰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상반기에만 약 900억원을 투·융자 방식으로 스타트업에 투입했다. 지난 3월엔 밀키트 업체 프레시지에 500억원(대출 400억원, 투자 100억원)을 조달했고,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뷰노에도 90억원(대출 42억원, 투자 48억원)을 지원했다. 아울러 전자책 플랫폼 업체 리디엔 200억원, 반도체 설계 플랫폼 스타트업 세미파이브엔 100억원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이들 모두 산업은행이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고자 신설한 스케일업금융실에서 거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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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장기에 접어들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은 산업은행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거액의 투자는 해외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관련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넥스트라이즈 2020' 개회식에서 "혁신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협업 플랫폼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협업의 고리를 찾기 위해 모인 모든 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