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미디어 정책 변곡점 찍을까

[하반기 전망] 미디어 분야 법제도 개선 과제 산적

방송/통신입력 :2020/07/02 08:08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제도와 정책이 뒤처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년째 똑같은 아위운 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 환경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제도와 정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다. 당장을 내다보고 손을 대면 미디어 이용자와 시장 환경은 또 달라져 있다.

올해 하반기는 이같은 지적의 중간 매듭이라도 지을 수 있는 적기로 꼽힌다.

미디어 이용자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인수합병과 같은 시장의 움직임도 본격적이다. 글로벌 미디어의 국내 시장 잠식도 두드러진다. 이에 맞춰 미디어 정책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5기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할 시점이고, 법제도 개선 과제를 맡은 국회도 새로운 회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될 논의는 방송 개념의 재정립과 규제체계 정비다. 과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논하기 시작한 시대에 그린 미래의 모습이 이미 구현된 상황이다.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가를 수 없고 방송의 개념도 방송 통신 인터넷이 융합된 환경에 걸맞아야 한다.

방송통신 관련 각종 기술과 서비스에 앞선 국내 환경이지만,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은 한참이나 뒤처졌다. 국내 방송법은 2000년에 마련된 제도 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하면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지만, 해묵은 제도에 신규 서비스를 수용할 여지가 없는 형편이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신규 미디어 서비스에선 단연 OTT에 대한 고민이 가장 앞선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과 기존 유료방송과 규제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마땅한 정책을 구현할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OTT와 같은 성장 산업에 규제 잣대만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한계도 있다. 최소 규제 원칙이 논의되는 이유다. 또 글로벌 기업 중심의 OTT라는 점을 고려해 국내외 규제 역차별 문제도 개선할 과제다.

광고 시장에 대한 규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특정 플랫폼의 수익 측면을 고려하는 것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수준의 논의가 절실하다. 시장 구조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최소한의 미디어의 공공성을 남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대형 자본에 의한 콘텐츠 시장 양극화에 대한 대비책도 갖춰야 한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협소한 규모의 국내 콘텐츠 시장에선 제작과 유통 과정에 불공정 관행도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쟁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류 콘텐츠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콘텐츠 투자 지원은 필수 과제다.

최근 범 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따라 연내에 논의를 시작해야 할 부분도 쌓여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폐지를 위한 방송법, IPTV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위한 개선안 마련과 시행령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비디오물 자율등급 분류를 위한 법 개정안도 다뤄져야 한다.

국내 미디어 사업자가 규모를 갖추기 위해 인수합병(M&A) 심사 간소화 방안도 연내부터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투자 펀드와 OTT 콘텐츠 세액공제를 위한 국회 논의도 시잘돼야 한다.

이처럼 많은 과제의 해결 열쇠는 결국 국회가 상당부분 쥐고 있다. 법 개정이 수반되야 할 정책 과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해묵은 미디어 정책 과제 논의는 제자리만 맴돌았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분리라는 방편까지 꺼냈지만 정파적 논의에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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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합산규제 적용 3년 내에 계획했던 논의도 없이 일몰 시점을 넘겨 논란만 키우는 등 시장 예측 가능성을 없앴고, 시청자 권익 수준에 이르는 논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디어 정책 분야에서 21 국회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디어 정책만큼은 더 이상 국회 논의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면 후진국 수준의 법제도 환경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방송통신 법제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 있는 후진국이 국내보다 선진적인 제도를 갖추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