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충전 막아 ESS 화재 예방"…실효성엔 '글쎄'

다음 달 RPS 관리운영 개정지침 시행

디지털경제입력 :2020/06/30 15:38    수정: 2020/07/03 17:09

정부가 다음 달부터 충전율 기준치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제도를 개편한다. 잇따른 화재로 인해 업계 활성화보다는 안전성에 무게가 더 실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개정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관리운영 지침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지침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재생에너지 연계 ESS 운영제도가 화재 안전성 기준에 맞춰 대폭 개선된다는 점이다.

ESS 과충전하면 REC 가중치 0으로 조정

지난달 27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소재 태양광 연계 ESS에서 발생한 화재 모습. (사진=해남소방서)

산업부는 다음 달부터 옥내 80%, 옥외 90% 등 충전율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당 월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으로 조정한다. 과충전을 막아 안전조치 이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충전율 기준 의무화 발표 시점인 지난 3월 2일 이전 설치된 설비에 대해선 안전조치와 시설보강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ESS 방전량에 일정비율(옥내 8%, 옥외 3%)을 더해준다. 이를 통해 충전율 이행에 따른 REC 감소 손실분을 보전할 계획이다.

태양광 연계 ESS는 계통접속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출력을 태양광 용량의 70%로 제한한다. 또 제주지역 풍력 연계 ESS에 대해선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을 줄이기 위해 봄・가을・겨울철의 충・방전 시간을 조정키로 했다.

또 정부의 ESS 안전조치 이행을 위해 ESS 교체, 이전 등 설비를 변경한 경우 당초 RPS 설비확인 시점의 REC 가중치를 적용, 안전조치 이행에 따른 가중치 손실이 없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ESS 시장 활성화에 효과적일 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ESS 화재는 총 29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달 27일 전남 해남군 태양광 ESS 화재는 정부가 충전율 제한 조치를 내린 이후에 8개월 만에 발생한 것이다.

해당 ESS가 과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충전율을 낮춰 운영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충전율 기준치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이번 대책에 실효성이 있을 지 여부가 이제 관건이다.

한 ESS 사업자는 "충전율 상한으로 이미 손해를 보는 상황이지만, REC 가중치를 깎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업자들은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좀 더 근본적인 대책과 원인 파악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해 공급 의무량 20% 내에서 앞당길 수 있다

전남 서거차도에 구축된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ESS 시설. (사진=LS일렉트릭)

산업부는 ESS 제도 개선 이외에도 ▲다음 이행연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량의 조기 이행 허용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의 선정방식 변경 ▲건축물 태양광의 가중치 적용 기준 개선 등의 내용을 개정 RPS 관리운영 지침에 담았다.

우선, 조기 이행량을 이행비용 보전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공급의무자는 다음 해 의무량을 해당연도 의무량의 20% 내에서 앞당겨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시장 여건에 따라 의무이행을 연기하거나 초과 달성할 수도 있다.

선정용량의 50% 이상을 100킬로와트(kW) 미만 설비를 대상으로 우선 선정토록 하는 현행 고정가격계약 방식도 뜯어고친다. 설비 보급현황 등에 맞게 용량 구간과 선정비중 등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마지막으로, 일반부지 태양광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적용되는 건축물 태양광이 건축물 활용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발전사업허가일 1년 이전에 건축물 사용승인을 획득해야 하는 시설 범위가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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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건축물 시공과 태양광 설비설치가 동시에 진행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스템(BIPV)은 건축물 사용승인 이전에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투자여건을 조성키 위해 RPS 제도의 개선사항을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