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을 겪었던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하반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상반기 침체에 빠졌던 스마트폰 시장이 하반기 들어 신제품 출시 효과로 회복되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은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이 늘면서 반등을 기록할 전망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은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4.09% 증가한 38조2천억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45% 늘어난 10조1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 대비 8.41% 증가한 16조6천705억원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2.73% 늘어난 3조7천4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시황은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하반기 모바일 중심의 수요 확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호조를 보이는 서버 시장과 더불어 모바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적자'에서 하반기 '흑자'로 전환하며, 코로나19에 따른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48.03% 증가한 18조8천억원을, 영업이익은 상반기 1조원 적자에서 하반기 2조9천억원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27.19% 늘어난 12조2천429억원을, 영업이익은 상반기 7천388억원 적자에서 하반기 293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수요 급증과 더불어 신제품(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모바일 시장에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지만, 3분기는 전통적인 계절적 성수기로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세, 반·디 업계에 훈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서버 및 PC 시장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적 반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될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부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당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의 유통매장 폐쇄로 이어지고, 도쿄올림픽·유럽컵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하반기 수요 반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최근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급량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코로나 영향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중국 업체들이 내수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출하를 크게 증가시켰다"며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침체됐던 스마트폰 소비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5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1천690만대로 전월대비 47%가 급증, 6월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영업환경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까지) 출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2향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은 삼성디스플레이 9천만대(작년 4천500만대), LG디스플레이 2천만대(작년 500만대)로 전망된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2020년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은 1억7천만대(전년동기 대비 22%)로 전망, 코로나19로 2분기는 부진했으나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회복이 기대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광저우 생산라인이 3분기부터 본격 가동해 연간 WOLED(대형 OLED) 패널 출하량 목표 500만대를 유지, 3분기에는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5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8천160만대로 전년동월(1억1천240만대) 대비 27% 줄었지만, 전월(6천900만대) 대비로는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이에 "하반기 코로나19가 다시 대규모로 유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시장은 저점을 지나 회복기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포스트 코로나 대비 삼성·SK·LG '초격차 전략' 가동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경쟁사 대비 기술경쟁력을 앞세운 초격차 전략이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보다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초미세 공정 D램(1z, 1a)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낸드플래시의 경우,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3D 낸드플래시의 고적층화(100단 이상)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1억 화소 이상의 이미지센서 제품군을 늘리는 등 비메모리 분야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24일에는 인공지능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리서치 소장에 내정,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비교해 약세였던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호조를 보이는 서버 시장 외에도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 예정인 차세대 콘솔기기(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X)에 낸드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적용되면서 신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부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함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국내 LCD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는 동시에 OLED·퀀텀닷(Q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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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OLED 대비 색재현력·고신뢰성(번인 없음)을 갖춘 QD을 무기로 대형 자발광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년부터 QD와 OLED 기술을 융합한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나노 단위 QD 입자로 구성한 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QNED)를 통해 신규 시장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광저우 OLED 생산라인의 가동을 시작으로 대형 OLED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TV 업체들과 협력해 40인치대부터 88인치 크기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여 대형 OLED 시장의 선도주자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