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권리 꺾었다" vs "문제 없다"

삼성바이오 '사기 합병' 혐의 대해서도 의견 엇갈려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4 16:46    수정: 2020/06/04 16:59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여러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2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다.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규정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의 외부 위원 150~250명 규모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이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인 판단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는 셈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히 운영지침에 따르면 제1조 [목적]에서 '이 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윈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검찰 "문제 없다" vs 삼성 변호인단 "정당한 권리 무력화"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진 이날 오후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문가와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하였던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제도의 존재 이유가 무색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은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에 관련됐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자료 이미지(사진=뉴스1)

■ '사기 분식회계' 의혹에 갑론을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의심하고 있고, 삼성은 합병이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 등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끌어내기 위해 삼성바이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렸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보고 있다. 합병 당시 추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18~19조원)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4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43조72억원에 달하는 초우량 기업이 돼 '가치를 부풀린 불법적인 합병'이라는 검찰의 논리에 설득력이 약해졌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2016년 11월 기준 9조5천억원대였다. 매출은 2015년 670억원에서 2017년 4천646억원, 2019년 7천1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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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검찰은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2배 넘게 이익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졌던 비전과 가능성이 시장에서 인정 받으면서 검찰의 합병 의혹 논리가 빈약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