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재구속 위기…검찰, 전격 구속영장 청구

변호인 "시민 판단 구하는 정당한 권리 무력화" 유감 표명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4 14:42    수정: 2020/06/04 15:49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부정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은 검찰 기소 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수사인지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바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2018년 7월과 11월에 걸쳐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수사로 이뤄졌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1년 8개월 가량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뜨려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보고 자본시장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0.35주로 비율을 맞춰 합병 승인이 가결,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 중이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변경 의혹도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공시누락 등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위증 혐의를 받은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합병이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이 부회장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100여명의 삼성 전·현직 고위 간부들을 430여회 소환 조사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 부회장을 두 차례 소환해 34시간 이상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과 과거 그룹 미래전략실 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조사했고,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이재용 부회장 측이 지난 2일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이는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 외부 인원으로 구성돼 심의를 진행하는데, 검찰이 수사심의위 요청 이후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차단했다는 의견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은 '기소 여부'와 '수사 계속 여부'에 관련됐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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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며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2년 4개월(28개월) 만에 재구속 위기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