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마지막 호소 "수사심의위원회 열어달라"

"수사 객관성·기소 타당성 시민사회가 판단해주길"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3 17:22    수정: 2020/06/07 10:4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검찰의 경영권 승계의혹 수사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 방식이 모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압박해 오는 검찰의 수사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또 기소의 타당성이 있는지 위원회가 기소 전에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무리하고 그래서 억울한 측면이 있으니, 시민사회가 들여다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는 마지막 호소인 셈이다.

■기소되면 도덕성 회복 불능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기소인지 판단해 달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검찰 자체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부회장의 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이 곧바로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관련 규정에 따라 검찰시민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보낼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뉴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집 요청을 한 배경은 이대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가 돼 재판에 넘겨지면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의 경영진은 그야말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집단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안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유무죄가 아닌 이 부회장의 형량만을 놓고 다투고 있다. 또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승마 꿈나무 육성을 위해 최서현(최순실)씨 딸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고, 삼성도 이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저간의 사정이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산합병을 둘러싼 경영권 승계 의혹은 문제가 다르다.

검찰의 수사 논리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승계를 위해 사전에 모의된 일로 판단되고 기소까지 된다면 이 부회장과 삼성 최고위 경영진은 큰 곤궁에 빠지게 된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를 합병하고 분식회계를 해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고,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운용기금본부까지 이용했다는 혐의를 놓고 재판에서 검찰과 다퉈야 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재판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판결이 나든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 "경영승계 위해 합병?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전혀 무관하다고 줄곧 주장해 오고 있다. 물산합병은 주주총회를 거쳐 주주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적법하게 승인된 기업간 합병이고, 합병비율도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합병 전 일정기간 동안의 주가 산정을 통해 비율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합병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를 냈다가 1심에서 원고 패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방식 변경도 당시 기업의 재량권을 폭 넓게 인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K-IFRS) 기준으로 적법하게 변경했다는 항변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으니)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 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겠다는 자문에 대해 '적합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회계 전문가들도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이 분식이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적도 있지만, 오너가의 승계를 위해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합병을 할 만큼 우리 사회체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멀쩡한 회사를 이리저리 합치고 국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국민연금까지 이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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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는 이미 과거 마무리된 사안이라 이를 경영승계와 연관시키는 것은 애당초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 검찰 수사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아들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다퉈야 할 형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삼성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객관적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완고한 편견과 관념적 사고에서 시작한 오해일 수 있다"며 "과거 편볍 증여 혐의도 모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안임을 감안하면 주주들이 찬성한 일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경영권 승계로 연관지어 의심하는 것은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