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지역 발생자수가 0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청정국가가 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나 개인위생 등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해 많은 피해를 입은 중국, 그 뒤를 이었던 한국은 이제 그 지루한 터널이 끝에 와 있는 듯하다. 정작 코로나 청정국가인양 자신만만해 하며 코로나19 대책에 손 놓고 있는듯하다가 악몽의 터널 입구에 들어선 일본 상황을 보며 느낀 한일 양국의 코로나19를 대하는 접근방식 차이를 정리해본다.
영어 ‘Study’는 한국어로 ‘공부(工夫)’고 일본어는 ‘뱅쿄(勉强)’다. 한국어 사전에서 공부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지만 일본어사전을 찾아보면 이것저것을 궁리해서 좋은 방법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공부라는 단어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뱅쿄는 무리를 해서라도 노력하며 힘쓰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공부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는지, 또 공부를 Study로 표기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공부라는 단어는 일본식 한자에서 유래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뱅쿄, 공부라는 단어와 국가적 특징, 혹은 국민성을 생각해 보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축적된 지식이 없으니 적절하고 충분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이제껏 경험해본 기존 바이러스대책에 준해서 대응했다. 코로나19 특징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그때그때 대응책을 궁리하면서 퇴치에 임했다.
메르스 사태 때 경험도 커다란 힘이 됐겠지만 코로나19 발생상황과 확진자 위치, 그리고 확진자 이동경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판별, 마스크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마스크 배부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실시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위한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의료진의 감염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검사방식을 고안해내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그야말로 일본어 공부라는 뜻대로 이것저것 궁리해서 좋은 방법을 얻으려 노력했던 결과가 오늘의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일본 코로나19 대처방식은 그야말로 뱅쿄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정부와 의료계, 정보기술(IT) 업계 등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코로나19와 싸운다기보다는 오로지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발생초기 위험도를 두고 일본인은 중국인이나 외국인과 달리 청결한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감염에 노출될 기회가 적다며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도쿄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있어 혹여 올림픽개최 연기나 개최취소를 우려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했다.
코로나19는 소리 소문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일 오전 10시 30분 기준으로 유람선을 포함한 확진자수는 1만5천17명이며 사망자는 468명에 이른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이 60%를 넘어선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 오로지 전국민이 감염돼 항체를 갖기를 기다려야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감염의심자를 대상으로 검사하고 확진자를 격리수용해 확진자가 주위에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못하도록 격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일 텐데 일본은 아직도 확진판정 검사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발생초기 일본 후생성은 코로나19 전염성을 과소평가했다. 환자수가 급속도로 확산할 것을 고려치 않았기에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보건소에서 충분히 대응가능 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코로나19 검사로 얻은 각종 자료를 민간과 공유하지 않고 감염병연구소 연구에 독점 활용할 목적으로 민간 검사기관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검사확대가 지연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후생성 의료기관(의사면허를 가진 공무원)과 일본의사회가 검사를 확대하면 많은 사람이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몰려 검사과정에서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고 결국에는 의료붕괴에 이른다는 논리로 코로나19 검사 확대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코로나19 감염 의심이 가는 모든 사람을 검사해 확진자를 분리하고 격리해 감염확대를 방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즉 의료진 감염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순리다. 일본은 이와는 정반대로 의료진 감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포기하는, 목표와 과정이 뒤바뀌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확진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병원 50여 군데에서 거부당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자택에서 대기하던 환자가 급격한 병세악화로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며, 길을 가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고 이를 병원으로 옮긴 후에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19 감염자였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주소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퍼져 나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자 긴급사태선언을 실시했다. 긴급사태선언은 총리가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를 근거로 광역자치단체장이 각종 사업체 등에 휴업을 권고할 수 있으며 민간시설을 수용해 병원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모든 국민에게 외출을 자숙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휴업을 하고 기업은 재택근무를 강요당하고 있어 경제가 마비됐다. 긴급사태를 선언할 당시 2주간 실시한 후 상황을 보고 연장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추가로 한 달간 계속하겠다고 발표, 긴급사태는 5월말까지 이어지게 됐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을 평가하자면 그야말로 국민에게 ‘무리를 해서라도 노력하며 힘쓰는’ 뱅쿄를 강요하고 있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다.
태평양전쟁 때도 국민 의사와 관계없이 권력을 쥐고 있던 일부세력이 전쟁을 일으켰다. 이들의 폭주에 아무런 저항 없이 300만명의 젊은이가 비참하게 목숨을 버려야 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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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발생자 제로.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리 간단히 물러갈 코로나19가 아니고 보면 앞으로도 전 국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갖는 그날까지 기나긴 싸움이 예상된다. 지금처럼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싸워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모 신문사기자는 ‘한국인이라서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고 한다. 그는 왜 미안했을까. 나는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이야기한 인류의 운명을 바꾼 세 가지 요소 총, 균, 쇠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적, 균(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세계 최초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참으로 자랑스럽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