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정책, A학점...세계 최초에서 세계 최고로 가야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표]② 5G 정책

방송/통신입력 :2020/04/28 14:36    수정: 2020/04/28 15:33

지디넷코리아는 5월20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3년’을 12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41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더 알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② 5G 정책...세계 최초에서 세계 최고로 가야(A학점)

지난해 4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뤄냈다. 올 초 코로나19 여파로 경쟁 국가들이 5G 상용화에 애를 먹고 있음을 감안하면 5G 분야에서만큼은 한국이 두 걸음 앞서가는 형국이다.

특히, 5G가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으로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서비스 산업에서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상용화 초기 세계 최초 타이틀에 너무 얽매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코로나19 정국과 맞물려 한국이 방역정책과 시스템에서 선도 국가로 모범사례가 된 것처럼 ICT 분야에서 5G는 한국의 ICT 대표 브랜드이자 선도 국가로 자리 매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5G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과정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민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큰 그림에서 우리나라만큼 집중적 투자와 서비스 모델 개발에 나선 국가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것이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상용화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LTE와 병행해서 사용하는 NSA(Non Stand Alone) 기반이기 때문에 5G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완성된 형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 500만 넘었지만...소비자들 반응은

산업적 측면에서 이동통신사의 선제적 투자로 5G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나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만족도에서는 여전히 해결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으로 5G 가입자는 536만699명이다. 상용화 10개월 만에 전체 6천900만명 중 약 7.8%가 5G를 이용 중이다. 상용화 초기 성적은 LTE 때보다 빠른 속도다.

하지만 5G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전국에 10만개가 넘는 5G 기지국이 설치됐지만(2월말 기준) 실내, 지하 등에서는 제대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LTE 우선모드’로 사용해야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는 5G 가입자 동향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매월 가입자 순증 현황을 살펴보면 5월 51만2천529명, 6월 55만2천260명, 7월 57만4천850명, 8월 88만2천831명, 9월 67만2천248명, 10월 51만6천48명, 11월 37만2천344명, 12월 31만2천978명, 올해 1월 29만285명, 2월 40만2천260명 등이다.

지난해 8월까지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순증폭이 88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9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1월에는 29만명대까지 감소했다.

이는 아직까지 5G 이용자들이 단말 교체에 대한 요구와 늘어난 데이터 외에는 5G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5G가 3.5GHz를 넘어 28GHz를 요구하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늘어났다”며 “소비자들의 구체적 요구를 맞춰주지 않으면 환상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 교수는 “일반 시민들이 5G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직까지 구축 중이기 때문”이라며 “올해 28GHz 대역을 이용해 핫스팟 지역이 확대되고 기지국에 엣지 컴퓨팅 기술이 적용되면 초저지연 등 5G만의 특성을 지닌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알뜰폰의 딜레마’...5G 중저가 단말 언제쯤

5G에 대한 이용자들의 또 다른 불만은 LTE 때보다 높아진 요금이다. 가장 낮은 요금제가 5만원대이고 청소년 요금제에만 4만원대 요금제가 있다.

또 폴더블, 1억 화소폰 등 기존과 비교해 혁신적인 단말이 출시된 탓도 있다. 하지만 5G 단말들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 출시되면서 통신비 외에 단말 할부금에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들이 많다.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등의 인수를 허가하면서 알뜰폰이 5G 요금제와 단말 확보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가조건을 내걸어 중저가 5G 요금제와 단말의 길을 터주기도 했지만 실제 알뜰폰을 통해 5G에 가입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알뜰폰 5G 가입자는 318명이다. 이마저도 기존 알뜰폰 업체가 아닌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로 알뜰폰을 시작한 KB국민은행의 리브엠 가입자로 추정된다.

2018년 이동통신 3사의 보편요금제 출시로 설자리를 잃어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정부가 5G에서 활로를 열어주려고 하지만 중저가 요금제와 고가 단말의 엇박자가 발목을 붙잡는 상황이다.

올해로 알뜰폰 서비스가 10주년을 맞았지만 정작 알뜰폰 사업자들에게는 올해가 생존의 문턱에 서 있다.

■ 코로나19 덮쳤는데 투자는 산더미

이처럼 소비자들로부터는 5G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업자들도 힘에 붙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3사는 여전히 2G망(KT 제외)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3G, 4G에 이어 5G망까지 투자에 나서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해소를 위해 대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고 통신사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50%가 늘어난 4조원을 조기 집행해야 한다.

통상 이동통신 3사의 수익구조가 네트워크에 선행 투자를 하고 고객 유치를 통해 가입자당 월 평균수익(ARPU)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5G 마케팅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투자만 하고 가입자 유치는 맥이 끊긴 상황이다.

특히 고가의 5G 단말로 인한 가입자 유치비용이 증가하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속담이 현실이 돼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파수 효율이 낮은 초고대역의 5G 주파수 특성상 LTE에 비해 2~3배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터라 당분간 이동통신 3사의 경영수익이 크게 향상되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신민수 교수는 “사업자들도 5G 네트워크 구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냐는 고민이 커졌다”며 “여기에 요금인하 압박까지 들어와 있어 사업자들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통신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5G에 대한 투자는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까지 5G로 인한 큰 수익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B2B에서 5G에 대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어 5G에 대한 본격적인 신규 수익은 내년 이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B2B부터 수익모델 만든다

이동통신 3사가 B2B 시장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과 병행해 정부 역시 5G 기반 산업 육성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첫 해인 지난해 3천466억원에서 올해는 이보다 87% 늘어난 약 6천500억원을 5G 기반 신사업과 서비스 발굴에 투자하고, 동시에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뤄낸 기술력을 바탕으로 ‘5G+ 전략 산업’ 육성을 해 나가는 밑그림이다.

삼성전자가 초기 5G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을 바탕으로 5G 장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의 국산화와 함께 중소기업들이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일본산 소재와 부품의 대체기술 확보가 여기에 포함됐다.

5G 단말기와 기지국용 핵심부품 자립화 기술개발, 저전력 저손실 RF 기술, 광 트랜시버용 광원칩, 초소용 인덕터, 통합 실리콘 IC칩 등의 정부 과제가 진행될 예정이고, 28GHz 대역의단말기 개발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전주기 기술지원이 추진된다.

이밖에도 5G와 연관된 정보보안, 증강기술(AR)·가상현실(VR)을 적용한 실감콘텐츠, 5G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5G 통신모듈 탑재 무인이동체 원천기술개발사업, 5G 엣지 클라우드 기반 레벨4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 5G 기반 스마트시티, 5G 인공지능(AI) 응급의료시스템 등에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와 통신사, 중소·중견기업이 손을 맞잡고 세계 최초를 이뤄낸 5G 기술력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기업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지난해 정부정책은 5G 개시에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며 “서비스와 비즈니스 창출에 있어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그곳을 메워주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교수는 “5G의 주파수 특성상 이통사들의 장비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B2B 시장에서 발굴한 서비스를 B2C로 넘기는 것도 관건”이라며 “다만, B2B 시장에서는 퀄리티를 보장하면 네트워크 슬라이싱 계약 등으로 망중립성 이슈를 벗어날 수 있고 정책적으로 예측불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만큼 B2B에서의 비즈니스모델 발굴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남 교수는 “과거 ICT 분야에서 한국은 선진국을 뒤따라가는데 정신이 없었지만 5G 분야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잘하고 있다”며 “여기서 놓치거나 선도 자리를 뺏기면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더 강력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5G 정책은 'A'

전문가들은 5G 서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고, 기업 시장에서는 가시적인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ICT 산업을 퀀텀점프 시킬 수 있는 동력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체계적 방역시스템과 정책으로 한국이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ICT 기술이 큰 역할을 했고,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것도 5G와 같은 선도 기술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5G의 가시적 모습만으로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 없고, 우리나라가 선도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들어 후한 점수를 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5G 분야에서 세계 최초가 아닌 세계 최고를 만드는데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이동통신사들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더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인기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초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LTE에서는 쳐다보지도 못했던 기술을 5G에서는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세계 최초란 것은 그런 부분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고 코로나19에서 IT가 기여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남 교수는 “이통사가 선택약정할인 5% 확대로 1조원의 매출이 줄었고,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 등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5G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 중국이 5G 분야에서 치고 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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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선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임계점을 지나면 성과들이 나올 것이고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5G에 대해 88~90점의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5G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B+학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