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함께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년차에 4차 산업혁명의 초석을 다진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면, 2년차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낸 5G 상용화다.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보다 하루 앞서 상용화를 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가 한밤중에 기습 개통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선도적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보편요금제 이슈처럼 5G 상용화를 앞두고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요금제는 시장에 맡기고 5G를 통해 어떻게 연관 산업을 진흥시키고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낼 지를 더 고민했어야 했다는 반응이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5G에서 한국이 선도적 입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잘 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산업간 융합이나 타 부처와 정책협력, 요금제에서는 아쉽다. 현재 요금제가 사람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기계나 자동차 요금제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동맥
5G는 4G와 비교해 단지 속도가 20배 빨라진다는 의미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로써의 역할에 더 주목받는다.
이동통신사들이 광고카피로 사용하는 ‘超(초)시대’, ‘초능력’이란 말처럼 5G는 초저지연, 초연결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드론, 원격진료, 홀로그램, 가상현실(AR) 등의 기반 인프라로써 활용될 것이다.
때문에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이벤트는 서둘러 잊고 5G가 향후 4차 산업혁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지원이나 규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미국보다 앞서 5G를 서둘러 상용화하려고 한 탓에 무늬만 5G와 같은 느낌이 든다. 5G가 산업적으로, 고용에도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최초에 매몰되거나 보여주는 식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고 난맥상이 쌓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정부가 앞장 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낸 것은 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전파를 쏘아 올렸지만 단말, 요금, 가입자 등을 갖춰 4월 다시 한 번 상용화를 했다”면서 “다만, 5G의 초점은 하드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완전한 상용화는 아니다. 5G는 초저지연 서비스란 장점을 갖고 있어 원격의료, 자율주행, 홀로그램, VR, AR 등이 가능하며 5G에 맞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생색내기식 통신비 인하로 투자불확실
통신 산업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장치 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통신의 의미가 음성과 문자를 주고받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에서 벗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동영상 등 개인의 취미나 여가활용에까지 이용되면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통신사들은 이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비에 애를 먹고 있다.
2016년 1월 가입자당 월평균 이동전화 무선 트래픽은 3GB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에는 가입자당 6.4G로 3년 만에 월 데이터 사용량이 두 배로 뛰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가계통신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했어야 했음에도 이용자 입장에서 크게 실익이 없는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도입에 너무 정책 소모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이 기습 상용화와 함께 5G 요금제 논란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자들도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가계통신비에 대한 정립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가계통신비를 낮춰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계통신비에 대한 관점과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5G의 목적이 무엇인가. LTE 때보다 데이터를 더 주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생명주기와 수요처 등을 고려해 타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5G 산업정책을 빨리 그리고 관련 산업을 진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통신비를 낮춰 소비자 후생을 높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할 만 하지만 최근 5G 요금제를 둘러싼 갈등은 5G가 보편화 됐을 때 할 수 있는 얘기이고, 지금은 5G를 이용해 어떻게 산업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최근 나온 5G 요금제는 투자와 비용이란 측면을 고려한 고육지책의 결과다.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효용가치와 편익을 주는 요금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지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5G 요금이 만들어진다면 소비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과거 아이폰의 혁신적 서비스와 같이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5G 수익모델 쉽지 않다
이동통신 3사가 5G 상용화와 함께 수익모델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 초기 시장에서는 LTE와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인 커버리지 때문에 수익모델이나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도 여의치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5G의 본격적인 서비스나 이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을 만들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신사들이 5G 커버리지 확대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나 규제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남 교수는 “세계 최초 상용화 5G 정책은 정부가 잘해 왔다. 지난해 12월 첫 전파를 쏜 데 이어 단말, 요금, 가입자 등을 갖춰 4월 다시 한 번 상용화를 했다”며 “다만 5G의 초점은 하드웨어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상용화는 아니다. 5G는 초저지연 서비스란 장점을 갖고 있어 원격의료, 자율주행, 홀로그램, VR, AR 등이 가능하다. 5G에 맞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5G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세계 최초에 의미를 뒀지만 스스로 킬러 앱을 찾는 게 급선무다”라며 “5만5천원의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됐기 때문에 5G로 가입자가 옮겨갈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고, LTE의 활용 경험과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통신사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길 터줘야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맞춰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5G+' 정책을 내놓고 오는 2026년까지 5G를 통해 생산액 180조원, 수출 730억 달러, 일자리 60만개를 만들어 낸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5G를 기반 인프라로 10대 핵심 산업, 5대 핵심서비스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선도투자, 민간투자 확대, 제도 정비, 산업기반 조성, 해외진출 지원 등 5대 전략 분야 52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10대 핵심 산업과 5대 핵심서비스 등을 살펴보면 부처 간 규제 장벽에 막혀있어 사업자들이 실제 서비스에 나설 수 없어 시범사업이나 프로젝트에 그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다. 때문에 5대 핵심서비스에서도 원격의료란 말 대신 디지털 헬스케어나 원격진료란 표현을 쓰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호에 그치는 장밋빛 육성정책 대신 서비스 활성화에 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규제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주부부처인 과기정통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5G에서 한국이 선도적 입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잘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산업간 융합이나 타 부처와 정책협력, 요금제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현재 요금제는 사람을 기반으로 한 것에 그치고 있는데 기계나 자동차 요금제도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부처 간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5G 정책은 B+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2년간 정부의 5G 정책에 대한 점수는 B+다. 조기 상용화로 글로벌 5G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가져간 것에는 후한 평가이지만 이를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세부적인 정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5G를 조기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주파수를 조기 할당하고 사업자들의 투자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경매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것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또 앞으로 5G가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갈 수 있도록 초고대역인 28GHz 상용화에 대한 점검과 추가적인 주파수 발굴, 주파수 이용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덕규 교수는 “5G를 조기 상용화하려는 세계적 흐름에 따랐고 우리는 선도적으로 할당했다”며 “앞으로는 5G 추가 주파수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5G+ 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5G 상용화 초기이기 때문에 5G 검사제도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고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서 “3.5GHz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28GHz가 되면 전파측정, 무선국 허가 등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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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교수는 “5G 주파수 할당 초기 주파수 혼간섭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는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향후 기술적인 보완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보수적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것보다 오픈해서 가는 것이 맞다”면서 “외국에서는 주파수 공유가 가능한데 반해 국내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부족하다. 프라이머리 사업자가 주파수 활용이 어렵다면 세컨더리 사업자가 쓸 수 있도록 주파수 효율을 높이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환 교수는 “최근 방송통신사업자 간 인수합병을 예로 들면 정부가 사업자의 이해득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인허가를 결정하면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사업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마찬가지로 5G 정책 역시 정부가 ICT 리더십을 갖고 정책 선도를 해야 하고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