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는 5월20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3년’을 12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41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더 알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⑩공유경제 정책, C학점...전통 산업과 갈등 여전해
국내에서 모빌리티 산업은 '뜨거운 감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신규 플랫폼과 서비스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고 보완할 정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도 험난하다.
여객의 경우 해외에서는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다양한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산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을 출시하면서 택시와 모빌리티 산업 간 갈등이 촉발됐다. 여기에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가 지난해 말 검찰에 기소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최근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여객운수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약간 진정된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플랫폼 사업을 운송·가맹·중개 등으로 구분하고 모빌리티 기업들이 제도권 안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 역시 국내외 사정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라임 등의 전동킥보드 사업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과 관련 규제 법제화 등 법적 이슈 때문에 시장이 좀처럼 커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은 2022년 20만~30만 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2030년까지 26조 원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전동킥보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가 허용되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를 확실히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객과 물류, 퍼스널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산업계가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점은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심하다는 것과 제도적 정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로 출발선 섰지만…"반쪽짜리 출발"
여객 분야에서는 지난 3월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플랫폼 택시를 법제화하고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타다의 주 사업인 기사 포함 렌터카 사업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이 되었으며, 타다는 이에 따라서 지난 달 11일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가 반쪽짜리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결국 택시를 지원하는 데 플랫폼을 사용하는 형태가 됐을 뿐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고는 볼 수 없다"며 "기존 서비스를 고급화하긴 했지만 결국 신규 사업은 가로막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기존 산업 보호논리와 신규 사업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기존 산업만 약간 보완하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스타트업들은 돈만 많이 투자하고 손해본 것인데 이러면 앞으로 누가 창업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기여금과 면허 총량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만일 1천200대를 기준으로 대당 50만원의 기여금을 내게 되면 일년에 72억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모빌리티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이 비용을 전가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결국 택시회사를 사모을 수 있는 대자본 위주로 산업이 개편될 것으로 보이며, 영세한 회사들은 전부 인수될 것"이라며 "이 경우 스타트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다.
■'사고다발' 퍼스널모빌리티 정책은 여전히 정체
국토부는 23일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가칭)을 내년까지 제정 완료하고 전동킥보드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용 여부는 내년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전동킥보드는 현재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돼 차도 주행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차도 주행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안전관리도 힘들어 사고 예방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던 한 남성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숨진 이용자는 무면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킥보드 대여업체인 '라임'은 서비스 이용 시 면허 여부를 파악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전용 도로와 보도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지난 2017년 발의됐지만 3년째 계류 상태다. 지난해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원칙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정책이 선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는 내년까지 이를 포괄하는 퍼스널 모빌리티법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신산업에 대한 정부 이해 필요… 기존 구조에 대응 못해
무엇보다 정부가 신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정부가 제대로 공유경제와 모빌리티 문제를 짚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이 가져오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짚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기업 지원의 관점이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택시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타다를 이용하게 된 것은 타다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나오는 서비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시도하지 못하는 서비스에 유연하게 도전해 이용자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수직적 정부구조로는 산재한 문제들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래 산업과 정부 조직구조가 맞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융합형 산업에서는 여러 부처가 관련돼 권한과 책임이 모호해져 현 정부구조로서는 대응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정부구조는 산업과 정부가 일대일로 매칭 가능한 수직적 구조지만 융합형 산업에 맞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4차 산업은 특히 제품이 기술 및 법규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부 여러 부처가 동시에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정책은 C학점… "노력했지만 성과 적어"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의 정부 모빌리티 정책을 C로 평가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실제로 시행된 것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병준 교수는 "결과를 놓고 보면 규제를 혁신한 분야가 없다"며 "규제 샌드박스나 4차위 등을 도입했지만, 결국 기존 산업의 논리에 밀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타다를 예로 들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던 소비자에게 만족을 준 건데, 정부가 그런 가치창출을 고려하지 않고 목소리 큰 쪽의 눈치만 봤다"면서 "정부가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는데 기업가들이 무얼 믿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만 행정부의 노력과 국회의 노력을 분리해서 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행정부만 놓고 보면 B-정도 되지만 국회를 따로 평가한다면 점수는 이보다 더 내려가 C나 D가 될 것"이라며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국회가 갈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정부나 국토부가 상생을 위해 대화를 시도했던 것들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수요응답형 마을버스나 반반택시 등 행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은 조금씩 진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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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과적으로 행정부보다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행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법 체계 떄문에 강력하게 작동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과 신산업에 한해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산업이나 플랫폼이 나왔을 때 정부는 초기 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규제를 적게 하고 의도적으로 내버려둬야 한다"며 "산업이 일정 수준으로 커졌을 때 제도적 정비를 고려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도 전에 죽여버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