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는 5월20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3년’을 12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41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더 알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⑦전기차 정책, C학점...완속충전 인프라 대책 부족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완속충전 인프라 확대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국내 자동차 분석 기관 카이즈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는 3만5천46대로 전년 누계 대비 12.4% 올랐다. 장거리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증거다. 수입차 월별 판매에서는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3가 돋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늘면서, 전기차 오너들이 스마트폰 충전처럼 편리하게 거주지내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일반 내연기관차 운전자와 갈등 없는 충전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급속충전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부 등이 발표한 ‘전기차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400kW급 급속충전기를 마련하고, 2031년부터 선 없이도 충전가능한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한 표준과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나와있다.
이같은 충전 인프라 확대는 단순히 장거리 운전에만 필요할 뿐, 출퇴근이나 도심속 일상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전기차 오너들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완속충전기 대신 급속충전기만 많이 설치하면 충전 매너를 지켜야 하는 강박관념에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완속충전기 운영 어디까지 왔을까?
지디넷코리아는 최영석 차지인 대표, 이후경 이비올(evall) 대표,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 등 전기차 전문가 3인에게 최근 국내 전기차 완속충전 인프라 운영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전기차 충전기 구축, 안전관리, 차량 설계 등의 실력있는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우리나라 완속충전 운영 실태를 국가적 관점과 충전기 품질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다.
최영석 대표는 “공동거주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완속충전기 운영은 중국을 제외하고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도 공동 주택 내 전기차 완속충전기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경 대표는 “우리나라의 주요 거주지역 내 완속충전기 운영은 거의 초기단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 오너들이 충전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은 회사, 집이고 집에서 충전할 때가 많이 생길 수 있는데, 관리주체 허가 등으로 인해 매우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정민 대표는 “아파트에서 전기차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경우는 많아지고 있고 정부가 전기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확산을 장려했지만,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충전기 제품의 기술이나 안전성보다는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품질의 제품이 보급됐다”고 꼬집었다.
■애매한 충전기 위치, 운영 못하는 충전기 문제 여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 전기차 완속충전 인프라 운영은 이전과 달리 개선됐다는 점이 확인된다. 완속충전기를 운영하는 대학과 쇼핑몰 등도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중요성을 언급하는 등 전기차 오너들의 편한 충전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지자체의 전기차 완속충전기 운영은 개선이 필요하다. 충전기 사용이 빈번하지 않고 정기적인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먼지만 쌓인 곳도 있고, 충전기 주변이 좁은 골목길로 돼 있어 충전을 위한 입차와 출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다. 또 충전기 주변에 전고가 높은 화물트럭이 세워질 경우, 멀리서 충전기의 존재가 시야에 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후경 대표는 “전기차가 어느 정도 보급이 이뤄진 만큼 충전기 또한 보급에만 신경 쓰는게 아니라 실제 사용에 대한 효율과 소비자의 요구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완속충전기 설치 이후의 사후관리 등을 통해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즉각 조치하는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민간 시설은 완속 충전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요금 지불 문제가 남아있다. 특히 다수 업무동으로 구성된 건물의 경우 요금 지불 문제가 끝나지 않아, 충전기 자체가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여러 곳 나오고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건물주를 대상으로 완속충전기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박정민 대표는 “완속충전기 인프라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지역적인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내가 사는 지역의 전력 사용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영석 대표는 “신축 건물에 대한 의무 충전기 설치 대수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존에 세워진 건물에 대한 충전기 설치 확대를 위한 강제적 법규 및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충전 사업 활성화를 방해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전했다.
■C학점...완속 충전 없으면 전기차 운영 목적 사라져
최영석 대표는 “거주지에 완속 충전 인프라를 보유한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 패턴을 보면 90% 이상 완속으로 충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충전 패턴과 달리 정부는 단순하게 급속충전기 수만 늘리고 충전속도를 개선시키는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대표는 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완속 인프라는 출력이 낮으므로 건물에 대규모 전력 설비를 필요하지 않고도 확보가 가능하다”며 “주유소나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교통 밀집 지역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제한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경 대표는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싼 급속 충전기를 1명이 사용하는 경우와 싼 완속 충전기를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를 고려하여 보면 소비자의 만족도는 오히려 후자 쪽이 더욱 좋을 것”이라며 “실제로 많은 해외 사례들을 보면 주거시설 및 학교 등에서는 멀티포트형 완속 충전기를 집중형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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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대표는 “완속충전은 급속충전보다 전기차 배터리를 더 오랫동안 잘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용량이 큰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 촉진을 위한 충전 속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는 배터리의 충전속도를 줄이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고, 대용량 충전기의 기술 개발도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급속충전기의 용량변화(최대 400kw까지) 중형에서 대형 충전기형태로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용량으로 변화되고 대용량은 공공사용으로 활용하고 완속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패턴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