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통신장비 기업인 노키아의 경영난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어, 5G SA(Stand Alone)와 28GHz 사업을 앞둔 국내 통신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각) 온라인 매체인 TMT 파이낸스의 보도를 인용해 노키아가 사업의 일부나 회사 전체에 대해 사모펀드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블랙스톤(Blackstone)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TMT 파이낸스에 따르면 노키아를 약 172억 달러 규모에 인수 가능할 것이라는 소문을 전했다. 이에 대해, 노키아의 대변인은 “시장의 루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노키아가 글로벌 5G 시장 경쟁에서 밀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올해 들어 끊임없이 재기돼 왔다. 지난달 2일 노키아는 2014년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라지브 수리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으로 핀란드 에너지기업인 ‘포텀’을 이끌고 있는 페카 룬드마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CEO 교체 발표에 이어 지난달 4일에는 본사 5G 개발 인력을 제외한 148명을 올해 안에 감원할 것이라는 계획도 내놨다. 노키아는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인원의 5% 수준인 약 4천800명을 감원키도 했다.
노키아가 이 같은 조직 쇄신과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로 최근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 에릭슨에 비해 5G 경쟁력이 뒤질 뿐 아니라, 최근 삼성전자의 맹추격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의 지난해 4분기 5G 통신장비 점유율 집계에서 노키아는 20.3%로 1위 화웨이 35.3%, 2위 에릭슨 23.8% 보다 점유율에서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가 15.0%로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5G 상용화 초기 시장에서 37.8%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5G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5G 상용화 수주전에서도 화웨이와 에릭슨이 각각 91건, 81건을 체결한 반면, 노키아는 67건으로 계약 건수에서도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 차이나모바일 5G 기지국 구축 2기 프로젝트 수주 실패
최근 중국 1위 이통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5G 이동통신 기지국 구축 관련 입찰에서 노키아는 수주에 실패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차이나모바일이 공개한 ‘5G 무선망 설비 낙찰 공고’의 입찰 결과에 따르면, 화웨이의 점유율이 57.25%로 가장 컸으며 ZTE 28.68%, 에릭슨이 11.45%, 다탕네트워크가 2.62%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5G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높은 입찰 가격 탓에 차이나모바일의 5G 기지국 장비입찰에서 수주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1위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의 5G 2기 프로젝트는 노키아 경영 정상화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차이나모바일이 지난해 중국 50개 주요 도시의 5G 상용화를 위해 추진한 1기 5G 프로젝트에서 화웨이와 에릭슨은 각각 51.7%, 33.8% 이어 노키아는 10.2%를 차지한 바 있다.
■ R&D 투자 보다 비용 절감 집중
노키아는 2015년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를 156억유로(당시 한화 약 18조1천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세계 3위(17%)에서 2위(27%)로 도약했다.
하지만 거대 회사 간 인수합병으로 5G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 인수 이후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했고, 결국은 5G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라이트리딩은 노키아가 2017년 연구 개발에 53억 달러이상을 투자했지만 그 이듬해인 2018년에는 50억 달러, 지난해에는 48억 달러로 투자비용이 꾸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5G 시장에서의 노키아 제품은 고품질, 가격경쟁력을 갖춘 경쟁사 제품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노키아가 R&D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에 더 집중해 비용 절감 목표는 달성했다. 반면 화웨이는 2017년 132억 달러, 2018년 143억 달러, 지난해 186억 달러로 R&D 투자를 늘렸고, 에릭슨도 2017년 337억 달러, 2018년 38억 달러, 지난해 38억 달러로 투자를 지속해 온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 노키아 불안한 경영 상황, 한국 사업 차질 우려
지난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은 상용화 이후 지금까지도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이통3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상용화 직후, 이통3사가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전력을 쏟을 때 노키아의 5G 3.5GHz 장비가 공급되지 않아 국내 이통사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노키아 장비 수급이 늦어지자 KT는 노키아 LTE 장비가 구축됐던 충청·전라 지역 일부 5G 기지국을 일시적으로 경쟁사 제품으로 교체해 구축했다가 다시 노키아 장비로 구축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은 타사에 비해 5G 제품 품질이나 공급이 지연된다며 노키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노키아 지역을 다른 제조사 장비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할 정도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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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노키아의 경영 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올 하반기 5G SA, 28GHz 구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발 앞선 5G 상용화로 글로벌 5G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빠른 5G SA, 28GHz네트워크 구축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다양하고 안정적인 5G 장비사들의 고성능, 고품질 장비 공급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