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IT 시스템,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해야

[이슈진단+: 사상 첫 온라인 개학] ⑤ 원격 교육의 미래

컴퓨팅입력 :2020/04/10 15:33    수정: 2020/04/10 16:42

지난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했다. 처음으로 진행된 만큼 우려가 있었던 원격수업은 일시적인 접속 장애가 발생했지만 30분 만에 해결하는 발 빠른 대처를 보이는 등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온라인교육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시범 운영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해 모든 학년이 개학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가하고 있다.

특히 16일에 가장 많은 학생이 개학을 하면서 동시접자 수가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인프라 및 서비스를 확충 중이다.

16일에는 초등학교 4~6학년중학교 1~2학년고등학교 1~2학년이 온라인 개학하며 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이 개학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시범 원격수업 성공에 대해 기적에 가깝다고 표현하고 있다. 1~2년간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하는 작업을 단 몇 주 만에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수의 인력과 대규모 인프라가 투입됐으며 작업량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교육 시스템은 지금 당장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든 임시방편인 수준이다.

IT 업계에선 추후 코로나19 같은 사태에 유기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온라인교육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중·고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한 고3 학생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 “현재 온라인수업, 오래된 원룸에 1천 명이 들어간 꼴”

IT 업계에선 원격수업 첫날 초기 발생한 접속 오류 등의 문제는 서버보다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온라인교육 애플리케이션과 웹플랫폼이 오래됐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등 발전된 기술과 호환이 안 될 뿐 아니라 수십만 명 이상의 대규모 접속자를 기술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온라인교육 애플리케이션은 온프레미스 환경에 맞춰 개발됐다.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 했음에도 자동으로 서버의 크기를 조절하는 오토스케일링 등 클라우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구조가 달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9일 발생했던 접속장애 역시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기존 낙후된 플랫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로그인 서버와 콘텐츠 서버가 분리돼 있지 않은 구조다. 이로 인해 이용자가 몰려 로그인 서버에 부하가 발생하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까지 서비스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NBP 관계자는 “현재 교육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 것은 원룸에 1천 명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며 “심지어 그 방은 굉장히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리모델링으로도 개선이 어렵다”라고 현재 상황을 비유했다.

NBP에서 운영 중인 e학습터

■ 전문 클라우드 기업에서 통합 관리 필요

코로나19 발병으로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을 시작한 지금으로서는 임시로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서버 등 전체 시스템 조율해 사용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NBP는 지난 9일 시작한 첫 온라인교육 서비스를 오류 없이 안전하게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NBP는 로그인부터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검수하는 작업을 모두 관리했다. 단순히 업체별로 분야를 나눠 기술이나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합하는 방식으로는 호환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사전에 오류를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수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는 등 최적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또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 구축에 참여했던 기업과 연계해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클라우드 기술과 안정적으로 호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시스템 유연성과 확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추후 다른 이유로 대규모 원격 수업이 필요할 때 지금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기반이 클라우드에 최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만들어진 클라우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고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의 낭비가 심하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많은 IT 기업이 비용적인 측면보다는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하지만 워낙 크고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1~2주만에 구현하려 하다 보니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 클라우드 환경 맞춰 원격교육시스템 재구축해야

근본적으로 안정적인 원격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선 원격교육 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새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CA)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다.

MSA는 여러 기능이 결합한 하나의 대형 애플리케이션을 목적이나 기능별 따라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법이다.

작은 애플리케이션 단위로 실행하는 만큼 특정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버를 중단하거나 내리지 않고도 수정할 수 있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MSA는 애플리케이션을 블록처럼 조합해 사용할 수 있어 확장성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이를 활용하면 구축한 시스템의 일부만 수정하거나 조합을 변경해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코퍼레이션의 경우 서버나 장비의 노후화 등을 대비해 진행했던 콜센터 가상화 시스템을 활용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클라우드네이티브 앱과 플랫폼은 오토스케일링 등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기능을 활용해 서비스 상황에 맞춰 서버를 자유롭게 확대하는 등 동시접속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또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보다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생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로그인과 콘텐츠 서버를 분리하고 접속을 기다리는 대기자를 위한 버퍼를 마련하는 등 서버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비롯해 인프라까지 새로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선 1~2년에 걸쳐 수백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공IT 사업으로 진행해야 할 규모다.

일부에선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비스의 규모가 클수록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 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현재 서비스처럼 시스템이 뒤쳐질 수 있으니 클라우드 전문가가 담당하며 꾸준한 업데이트로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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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P 관계자는 “원격교육 서비스는 민관이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대규모 서비스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만큼 기업을 믿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누가 어디에서 잘못했다고 시비를 가릴 때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며 “비판보다는 고생하고 있는 관계자에게 격려를 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