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시작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모든 학교가 대상이고, 단계적으로 개학을 실시한다.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 현장은 개학 이후 진행될 원격교육 준비에 서두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제일 먼저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 한 주 뒤인 16일은 초등학교 4~6학년·중학교 1~2학년·고등학교 1~2학년이 온라인 개학한다.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 온라인 개학을 한다.
현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당장 원격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 갖춰야 하는 조건, 그 외 충분한 학습 콘텐츠나 안정적인 화상대화 솔루션 등 도구적 여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격수업 도구는 수업 유형에 따라 나눠진다. 일단 화상 플랫폼으로 전체 수업을 대체하는 식의 원격수업은 실시되진 않을 전망이다. 그 대신 현존하는 학습 콘텐츠와 학급관리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을 활용하는 수업과 화상 플랫폼 기반 실시간 수업이 겸용될 예정이다.
교사마다 원격수업 역량이 천차만별인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교육청들은 교사들이 원격수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연수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 개학 전까지 수업 준비를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학생이 원격수업 참여를 위해 써야 할 스마트 기기와 네트워크도 빠짐없이 보급돼야 한다. 전국에서 현황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이미 기기 보급을 일차적으로 마친 곳도 있다.
■실시간 화상교육보단 온라인 학습 콘텐츠 활용에 무게
교육부는 원격교육 실무 가이드를 통해 "가장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원격교육 운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을 전달받은 교육청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부분이 이번 원격교육의 핵심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온라인 개학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원격교육의 품질 확보, 학력평가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논의해야 하는 문제 대신 당장 개학 이후 진행될 공교육 준비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해당 가이드에서는 학년별·교과별 협의회를 통해 적합한 원격 수업 형태를 결정하고, 수업 자료를 공동 제작하도록 권장한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해서는 줌, 팀즈, 행아웃 등 적합한 솔루션과 콘텐츠, 수업 인수인계 방식 등을 안내한다. 학습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의 경우 통합 사이버학습 서비스 'e학습터'나 학습 커뮤니티 플랫폼 '위두랑',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을 사용해 온라인 학급방 구축 및 콘텐츠 전달, 출결과 과제 처리를 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강의형 교육이 일반화돼있기 때문에 원격교육 실시가 곧 일대다 형식의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뜻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로 그렇진 않다. 교사와 학생 모두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방식의 수업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교육청들은 화상 플랫폼을 사용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준비가 된 교사에 한해 이를 실시하되, 녹화된 영상 시청과 학습 콘텐츠 이수 등으로의 수업 대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화상 플랫폼 기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 다수가 동시에 화상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도 운영 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화상 플랫폼 이용이 가능한 교사부터 이를 사용하게 하고, 이용이 익숙치 않지만 사용하고자 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연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사 모두가 화상 플랫폼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은 지양하려 한다"며 "직접 이를 사용해본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학습 콘텐츠나 과제 중심 수업으로 운영하면서 1, 2차시의 화상 플랫폼 수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교에서 화상 플랫폼을 이용한 수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학년과 연령별 수준을 고려해 화상 플랫폼 활용 수업과 e학습터 활용 수업의 시간 배분을 적정히 고려해 운영될 예정"이라며 "현재 초·중·고·특수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시범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전국 교사와 학생이 사용하게 될 e학습터, 위두랑,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의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부터 대면수업 대체 수단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한 학습을 안내하고 있으며, 시스템 사용자 분석 및 전체 사용량 분석도 해왔다"며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많게는 40배까지 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오프라인 개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학습으로 수업 비중이 몰리다 보니 접속 지연이나 기능 개선을 위한 점검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시 점검을 통한 시스템 개선을 실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3일부터 4일간 온라인 교육 인프라 증설, 확대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에듀넷, 디지털교과서, 위두랑, e학습터 등의 서비스 이용이 일시 중지된다.
■원격·화상 수업 위한 교사 연수 실시…스마트폰 활용 중심
교육부는 교사가 원격교육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원격 연수를 실시하고, 학교별 대표 교원이 참여해 관련 정보 공유, 의견 수렴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별도의 기기 활용은 기본적으로 최소화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캠코더나 카메라보다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찍고 전송하거나, 자료를 작성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원격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어 어떤 매체 제작 도구를 사용하거나, 갖춰야 하는 일정 수준의 인프라 사양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교사 지원을 위한 교육청 대응은 연수 진행을 기본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예산 조기 집행 등을 안내 중이다. 온라인 개학 시점에 맞춰 원격교육 준비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대면 연수도 실시 중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통한 화상수업 관련 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방법 중심으로 실제 원격수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교실 내 빔 프로젝터 등을 이용하는 등 여러 형태가 있을텐데 좋은 모델은 계속 개발해 홍보하려 한다"고 답했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화상 수업뿐 아니라 온라인 학습을 위한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별로 특별 예산을 교부했고, 학교에서는 화상수업을 위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구입해 원격수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상 수업 준비는 담당 교사 1인이 준비하되, 학습 내용은 학년 및 교과별 교육 과정 편성 운영 계획에 의거해 교사들이 협의해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원격수업에 곤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해 교육청에서 교사 연수를 기 실시했고, 학교 내에서도 자체 연수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격교육 소외계층에 노트북·태블릿·에그 대여 추진
각 교육청들은 원격교육 실시 가능성을 염두하고 원격교육이 불가능한 학생 현황을 조사해왔다.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공식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현황 파악 및 필요한 장비 수급에도 나서고 있다.
학생 지원 범위는 교육급여자 등 취약 계층을 원칙으로 한다. 원격교육을 위해 필요한 스마트기기, 인터넷 통신 제공을 위한 에그 대여가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이동통신 3사는 e학습터와 EBS 교육용 콘텐츠 관련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4:4:2의 재원을 부담해 교육 취약 학생 온라인 학습을 위해 노트북을 구입,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법정 저소득층 학생은 약 5만2천여명이다. 노트북 한 대 당 70만원의 예산을 잡는다면 약 36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물량은 교육청에서 근시일 내 파악해 최종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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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육청 관계자는 "스마트기기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제품 수가 모자라진 않은데, 에그는 보유한 제품 수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인천공항 등에 요청해 제품을 필요한 가정에 배송했다"며 "기기 보급 상황은 향후 부족해질 수도 있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제품이 모자랄 경우 학교 단에서 이전에 집행된 IT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해결할 것을 안내한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정에서도 원격학습에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거나,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민간 지원이 확산되는 등 사회 공동의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