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그 광폭성에 세계가 떨고 있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날마다 치솟는다. 그럴수록 경기(景氣)는 거꾸러진다. 공장이 멈추고 사람들은 집에 갇혀 있으며 주가는 폭락한다. 각 나라마다 서로 감염을 막기 위해 국경마저 폐쇄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국가라고 하는 곳들조차 잔뜩 겁을 집어먹고 허둥댈 뿐이다. 지금으로선 그 위세가 언제쯤 꺾일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코로나19는 그러나 감영병일 뿐이다.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류의 생존은 감영병과의 전쟁이었을 수도 있고 인류는 결코 그것에 굴복하지 않았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전용 백신마저 없지만 완치가 가능하고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머잖아 백신이 개발될 것이고 코로나19 또한 가벼운 감기 바이러스로 치부될 날이 온다.
코로나19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수도 있는 까닭은, 그 자체의 광폭한 번식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인한 ‘세계화’ 탓이기도 할 거다. 현세의 인류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아무리 멀어야 하룻밤 새면 만날 수 있는 이웃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화가 코로나19의 광폭성(狂暴性)을 키운 숙주가 된 거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이 추론은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화된 세상’이 숙주이기 때문에 ‘반(反)세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계화를 역류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인류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코로나19에 대한 진정한 승리는 ‘세계화 환경’ 속에서 각국이 ‘인류애적 연대’로 지구적 차원에서 퇴치하는 것이다. 국경을 연 채 코로나19와 싸워 이겨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그러나 아쉽게도 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기승을 부릴 때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에 대해 인종차별적 멸시를 서슴지 않던 서구인들은 코로나19가 인종을 가리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엄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되레 중국보다 더 허둥대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국경을 폐쇄하는 단세포적 조치만 하고 있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내 식구부터 살리고 보자는 마음을 왜 모르겠나.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표(票)를 먹고 사는 정치인인 바에야 말해 무엇 하랴. 문제는 그게 좋은 방책이 되지 못하고 되레 지구적 합병증만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 모든 나라가 국경을 폐쇄하는 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렇다면 그건 경제(經濟)는 하지 말자는 뜻이다. 세계 경제가 100년 후퇴할 수도 있다.
외국 정치인이나 언론이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식 처방’을 높이 사는 듯하다. 우리가 코로나19 큰 불을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어느 정도 잡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정부가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가능한 한 국경을 최대한 연 상태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국경을 닫는 순간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몰아칠 타격이 눈에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세계 기업들의 글로벌 생태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금 세상에서 그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경제에 영향력이 막중한 주요 국가 대부분이 0%대나 마이너스까지 금리를 내리고 수백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건 그들 스스로 ‘반(反)세계화적 코로나19 대응’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한 ‘글로벌 경제 합병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당장 급해 뻔히 우려되는 합병증을 키우는 꼴이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식 처방’이 글로벌로 수출되고 확산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정부가 나서서 '경제 동맥'을 끊어서는 안 된다. 대신 우려되는 곳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진하고 방역해야 한다. 그게 국가가 할 일이다. ‘한국식 처방’의 핵심이 그것이다. 간명하고 분명한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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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처방’이 가능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충 손꼽아 보면, 일관된 정부 방침, 높은 수준의 건강보험 체계, 단련되고 체계화된 방역시스템, 이 모든 것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소통시킬 수 있는 고도화된 IT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나라에 견줘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 물론 우리도 부족한 게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축적한 자랑스런 저력이다.
모두 힘들겠지만 지금 우린 그걸 믿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