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 부품 장비(이하 소부장) 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악몽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와중에 코로나19 폭탄이 터진 것.
소부장 산업의 경우 한중일(韓中日)이 긴밀히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핵심 피해 지역이 바로 이 세 나라인 것. 특히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돌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의 애로도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대비 34.0%에서 27.6%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평균치)도 수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측은 "과거 3차례 전염병 사례(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로 보면 당시 국내 제조업 매출액은 모두 전년 대비 둔화됐고, 1개 분기 평균 6.3% 감소했다"며 "반도체의 경우, 중국 IT 세트·부품 생산 차질 기간에 따라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IT하드웨어 산업에 단기 충격이 불가피해 상당수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는 하회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업황BSI는 전월대비 10포인트 하락한 65로 집계됐다.
BSI는 기업들의 경기 인식을 의미한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장비·소재 업체들이 주요 대기업의 투자위축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 완제품(스마트폰, TV) 시장의 수요위축이 나타나 투자를 일부 보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한 해 이어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황둔화로 타격을 입은 장비 업체들의 위기감이 크다. 소재 기업들의 경우, 애플발 OLED 호황(아이폰11 시리즈 판매호조)으로 작년 실적이 좋았던 만큼 상대적은 위기감이 덜한 상황이다.
실제로 원익IPS(영업이익 411억원, 61.19% 감소)·유진테크(영업이익 240억원, 41.46% 감소)·테스(영업이익 111억원, 80.86% 감소)·한미반도체(영업이익 137억원, 75.88% 감소) 등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덕산네오룩스(영업이익 208억원, 2.46% 증가)·두산솔루스(영업이익 381억원, 39.05% 증가)·이녹스첨단소재(영업이익 466억원, 109.44% 증가) 등의 디스플레이 소재업체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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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한 증설투자를 보류하고,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생산공장의 가동시점도 2분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태다.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차질(수주 등)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 거래선의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단 주요 대기업과 작년에 계약한 것은 유효하게 진행 중이나 올해는 상황(추가 수주)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국내 시설에 생산차질을 야기할 수도 있어 계약금액 조정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