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석·청소기로 가장한 몰카...美 정부가 봤다

FBI·마약단속국·세관단속국 등에 영상 제공

인터넷입력 :2020/01/21 09:32    수정: 2020/01/21 09:49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초소형으로 제작되거나, 주변 사물에 가려진 감시 카메라가 우리의 일상을 감시하고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이 정보가 정부 기관에 제공됐다면?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묘비나 유모차, 청소기 모양을 본뜬 감시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해당 정보가 연방수사국(FBI), 마약 단속국(DEA), 미국 이민 세관 단속국(ICE)과 같은 정부 기관에 제공된 사실이 밝혀진 것.

바이스닷컴,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정치 단체인 오픈 더 거버먼트의 정책 분석가인 프레디 마티네즈 씨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 경찰에 요청해 ‘스페셜 서비스 그룹’의 팸플릿을 입수했다. 또 정부 정보 공개 요구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먹록(MuckRock)도 정보 공개법에 근거해 해당 팸플릿을 입수했다. 93쪽에 이르는 스페셜 서비스 그룹의 팸플릿 ‘블랙 북’에는 카메라를 비롯한 감시용 도구가 다수 게재돼 있었다.

묘비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그 중 하나인 ‘톰스톤 캠’(Tombstone Cam)은 묘석으로 위장한 원격 조작이 가능한 몰래 카메라다. 배터리는 약 2일간 지속되며 음성 녹음도 가능하다. 이동이 쉬운 것이 특징이다.

‘Shop-Vac Covert DVR Recording system’으로 불리는 제품은 청소기로 가장한 카메라로, 1TB 하드 드라이브가 장착돼 있다. 청소기의 AC전원 커넥트를 연결하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기기에도 접속할 수 있다. 청소기 본 기능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팸플릿에 나와 있지 않다.

이 외에도 알람시계를 가장한 영상 음성 기록 장치나, 작은 나무줄기와 바위처럼 생긴 카메라, 유모차 안에 숨겨진 카메라 등도 스페셜 서비스 그룹의 팸플릿에 기재돼 있었다. 몰래 카메라 외에도 책자에는 감시용 카메라와 렌즈, 건물에 침입하기 위한 IC카드를 복제할 수 있는 툴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프레디 마티네즈 씨는 스페셜 서비스 그룹의 입장을 물었으나 이 회사 변호사는 “팸플릿은 국제 무기 거래 규제(ITAR)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회신했다. 또 팸플릿의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마르티네스 씨 등에게 요구했다. 아울러 “팸플릿에는 저작권으로 보호된 자료, 비밀 거래에 관련된 정보 등 공개할 경우 당사자가 민형사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하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어바인시 경찰은 스페셜 서비스 그룹의 팸플릿은 공개해도 안전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

관련기사

스페셜 서비스 그룹은 해당 기사 작성 시점에 자사 제품에 대한 공식 홍보를 중단했다. 대신 웹사이트에 “고객의 중요한 사명 때문에 제품 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재하지 않는다”면서 “자세한 것은 본 사이트 연락처에 문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외신은 스페셜 서비스 그룹이 주로 법 집행 기관 및 정부 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가 조직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