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화(油化)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LG화학의 '효자' 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이 3분기 실적 악화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년 시장 전망도 매우 좋지 않아 과잉투자 우려도 나온다. 이에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매출을 확대해 시황을 극복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25일 LG화학은 올해 3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매출 3조9천648억원, 영업이익 3천2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4조3천842억원)과 영업이익(5천284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전사 영업이익(3천80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6.9%나 감소한 이유 역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부문의 실적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병근 LG화학 석유화학 경영전략담당(상무)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전세계 GDP가 3% 하향할 전망인 가운데, 석유화학 시장도 4% 내외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폴리에틸렌(PE) 증설 물량의 동북아시아 유입 등 납사분해설비(NCC)·프로필렌옥사이드(PO) 시황악화에 따른 스프레드 둔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석유화학 시황은 미-중 무역분쟁과 공급 과잉으로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1톤(t)당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PE는 포장재와 파이프 등에 사용된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에서만 128만톤의 PE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증설이 이뤄지면서 어려움이 닥쳤다. 업체들은 불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증설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LG화학은 당장 4분기에도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현재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부가 물량 증설이 확대돼 아크릴과 고흡수성수지(SAP)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고부가 제품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간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2조8천억원을 투자해 여수 NCC와 에틸렌을 기초유분으로 만드는 고부가 폴리올레핀(PO)을 각각 연산 80만톤 증설하고 있다. 여수 NCC 공사에만 자그마치 2조6천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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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상무는 "여수 NCC는 현재 토목공사와 함께 투자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 절감을 진행했다며 "당초 2021년 상반기까지 건설하고 하반기 상업화할 계획이었으나, 진행이 순조로워 일부 일정을 단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G화학은 최근 여수공장에서 연산 23만톤 규모의 에틸렌 증설 작업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글로벌 에틸렌 수요가 매년 4~5% 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선제적인 시장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