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소미아 종료에 美日 "실망, 우려"

미 전문가 "트럼프 나서 중재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3 11:39

한국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유감을 표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은 불쾌감과 실망감을 표시했다. 미일 외신들은 긴급 속보를 전하며, 동아시아 안보와 경제 전반의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22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모습

지소미아는 한일 국방 당국이 안보 정보 교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 2016 년 11월 체결한 협정이다. 협정은 1년 단위로 연장되며 90일 전인 오는 24일까지 상대국에 연장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일본은 이에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담화문 발표 후 임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을 표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현재 지역의 안보 환경을 오판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유감을 전했다.

그는 담화에서 "한국 정부는 지난번 우리 정부의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를 연계시키는데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한국 측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질 수 없어 한국 정부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관계는 현재 한국의 부정적, 비합리적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여러 문제에 대한 우리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보다 현명한 대응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선 "한국 외교부가 적어도 한일 관계 중요성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것에는 (한국 측과) 일치한다"며 "외교 당국으로선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일 관계를 확실히 다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NHK는 "믿을 수 없다. 한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정부도 지금부터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일본 방위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이 실제로 파기를 결정한다면 한일 대립의 영향은 경제분야에 그치지 않고 안보 분야에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며 협정 파기로 인해 일본 측이 강경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일이 단합해 대북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지소미아는 미국의 정보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이 공유하고 세 나라가 동아시아 안보 질서를 주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결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균열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한국의 문재인 정권은 지지층의 '반일 여론'을 부추기며 현재 한국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은 "한국이 지소미아와 관련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일 양국에 각각 계속해서 관여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해왔다"며 "한국과 일본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는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한일 양국이 관계를 올바른 곳으로 정확히 되돌리길 바란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이자 친구이고, 그들이 함께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했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갱신을 보류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한다"며 "우린 다른 영역에서 벌어진 한일관계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호방위와 안보협력은 반드시 온전히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우린 한일양국과 가능한 분야에서 양자 및 3자 간 방위·안보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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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북한관련 정보의 동맹 간 공유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미국의 우려를 살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일 양국의 역사, 무역 갈등이 안보 분야로 확대됐다"며 "갈등이 외교적 비난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공급망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무역 조치로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씽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트위터에서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두 나라 간에 적극 개입해 논란을 중재해야할 시점”이라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양국을 함께 끌고 갈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