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왜 반도체 전문가죠?"
청와대가 반도체 전문가인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과기정통부 장관에 지명하자 나온 SW 및 통신업계 일부 반응이다. 그가 '라잇 펄슨(right person, 적임자)'이냐는 것이다.
기자도 좀 당혹스러웠다. 반도체 전문가가 과기정통부 장관이라니. 청와대 설명처럼 그는 반도체 석학이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내 반도체 연구 산업 발전의 산증인"이라고 설명했다.
하긴 반도체도 과학이다. 통신과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반도체 설계를 고도화하려면 인공지능(AI)이 필수고, AI 반도체는 최 후보자의 전공이다. 결국, 문제는 그가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주는냐다.
과기정통부는 혁신 성장 주무부처다. 국가와 국민의 현재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한다. 규제로 먹고 사는 한가한 부처와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과기정통부는 초지능 연결사회를 뜻하는 'i코리아 4.0'을 브랜드로 내세우며 여러 정책을 선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데이터 강국 청사진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5세대 통신(5G)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별 경쟁 우위 전략도 잇달아 마련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각국간 선점 경쟁이 뜨거운 4차산업혁명, 디지털 패권전쟁의 핵심 부처다. 4차산업혁명은 미국, 중국, 유럽 등 선진국도 아직 안가본 길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높이 깃발을 들었다. 시쳇말로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는 추격형의 패스트 팔로(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선도형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자고 줄기차게 외쳐왔다. 4차산업혁명은 그 첫 시험대다. 그동안 선진국 쫒기에 급급한 우리가 처음으로 선진국보다 앞서 시도하는 분야다.
더구나 4차산업혁명은 1~2%대 저성장에 신음하는 우리 경제를 빅점프 시켜줄 디딤돌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증유의 4차산업혁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이유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최 후보자가 과기정통부를 지휘하게 됐다.
오늘 청문회 준비를 위해 국립과천과학관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4차산업혁명에 대해 "그동안 유영민 장관의 지휘로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네트워크, AI 등과 관련한 산업 육성의 기초가 마련되어왔다"면서 "이제 이것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성과 리더십은 조직의 보스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전문성이 없으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통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직 효율도 떨어진다. 전문가는 땅을 한번만 파도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확히 안다. 비전문가는 다르다. 모르니 여기저기를 파보라고 한다. 비효율을 초래한다.
반도체이기는 하지만, 그의 전문성은 입증됐다. 최 후보자가 속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세계최고 전기, 전자 학술단체인 IEEE의 펠로(Fellow, 최고 등급 회원)를 13명 배출했다. 최 후보자는 이 중 한명이다. IEEE 펠로가 되러면 세계에서 최상위 0.1%에 들어야 한다.
그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이 안됐다. 리더십은 판단력과 결단력, 희생, 배려 등을 모두 포함한다. 뭐니 뮈니 해도 가장 좋은 리더십은 덕장형이다. 본인이 아닌, 조직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함께 인품도 훌륭하다고 한다.
'좋은 교수'였던 그는 이제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선장을 맡았다. 7년여간의 기업 경험과 29년의 교수 생활을 한 그는 정년 퇴임을 얼마 남겨주지 않고 왜 '장관 카드'를 받았을까.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한 고심의 결단이었을 것으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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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청와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주도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최 후보자는 청와대가 말한 미션을 훌륭히 완수, SW와 통신업계 일부에서 나오는 우려를 말끔히 씻고, 대통령이 택한 '라잇 펄슨'이였음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