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실패하면 재기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창업에 실패하면 개인과 가족이 모두 파산한다. 국내 중소기업과 청년, 사회에 한 번 실패한 기업도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웅진-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코웨이 인수 3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27일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웨이의 매각지분은 25.08%다. 웅진은 웅진코웨이를 1년 안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웅진그룹이 6년 만에 되찾은 웅진코웨이를 다시 보내는 재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웅진씽크빅 ‘빚’으로 끼운 첫 단추, 신용등급 하락으로…
웅진은 빚으로 코웨이를 사들였다. 웅진그룹은 자회사 웅진씽크빅을 통해 코웨이를 인수했다. 인수자금 2조원 중 1조6천억원가량은 한국투자증권과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빌렸다. 나머지 4천억원만 웅진이 마련했다. 빚 1조6천억원은 2018년 말 별도기준 웅진씽크빅 자산의 247.5%, 자본의 508.1%에 달하는 수준이다.
웅진씽크빅은 웅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지주사인 웅진 신용등급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외부자본 의존도가 높아지며 웅진씽크빅의 재무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는 웅진그룹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웅진의 신용등급을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분 인수 과정에서 인수 주체인 웅진씽크빅의 재무부담이 급증했으며, 이는 지주사인 웅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중단기적으로는 코웨이 지분인수 과정에서 급격히 불어난 그룹 재무부담, 높은 원리금상환부담으로 인한 현금흐름 제약, 인수금융 약정 등에 따른 원리금상환능력의 불확실성 등 부정적 요인이 코웨이의 그룹 편입에 따른 이점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웅진에너지, 기업회생절차 신청
악재가 겹쳤다. 태양광 핵심 소재업체 웅진에너지에도 문제가 생겼다. 지난 3월 웅진에너지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웅진에너지 차입금의 기한이익 상실, 유가증권 상장 폐지 등을 초래했다.
태양광 산업이 쇠퇴하며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영업손실 560억원, 당기순손실 1천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7년 대비 31%가량 줄었다.
■ 코웨이→웅진코웨이→코웨이, 향방은
웅진그룹은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했다. 웅진코웨이는 생활가전 렌털의 원조기업이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하며 웅진 그룹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회생채권 등을 갚기 위해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매각했다. 웅진코웨이 입장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 매각인 셈이다.
매물로 나오게 된 웅진코웨이는 압도적인 국내 1위 렌털기업으로 시가총액이 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2조 7천억원, 영업이익 5천200억원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는 너무 비싸서 시장에 나와도 잘 안 팔릴 것 같다”며 “예전에 코웨이 인수를 검토했던 CJ나 GS 그룹 정도가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어 “사모펀드로 갈 확률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이흥수 코웨이 CS닥터노조 위원장은 “어제 임단협을 시작했다”며 “갑작스러운 발표로 어제 (임단협에) 참석했던 사측 담당자들도 매각 사실을 몰랐던 눈치”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웅진코웨이 매각 관련 대책 회의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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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내부 직원들도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태”라며 “영업 방판 조직의 직원 이탈이 일어날 확률도 커 장기적으로는 코웨이에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어렵게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각하게 되어 송구하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웅진그룹과 웅진코웨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