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유효정 기자] "삼성전자는 2017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이후로 신뢰를 잃었어요. 그래도 최근에 상황이 좀 좋아졌으니, 앞으로 지켜봐야죠."
26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 'MWC19 상하이' 현장에서 만난 40대 중국인 직장인 A씨는 곧 개통될 5G 시장에서 달라질 삼성전자의 지위에 대해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부스에는 7월 부터 출시될 수 일명 '5G 디바이스 선행자' 파트너 5G 스마트폰이 전시됐다. 전시장 N3 구역에 가장 큰 전면 부스를 차린 차이나모바일의 정중앙 전시대에 소개된 총 8개의 5G 스마트폰 제품 중 중국산이 아닌 브랜드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 모델이 화웨이의 '메이트 20 X', 샤오미의 '미 믹스 3', 오포의 '리노', 레노버 'Z6 프로(Pro)', ZTE '액슨(AXON) 10 프로(Pro)', 원플러스 '7 프로(Pro)'와 나란히 진열됐다.
차이나모바일 부스에서 가장 붐비던 1평 남짓 크기 진열대에 모인 이들 제품 중 가장 인기를 모은 모델은 단연 화웨이의 '메이트 20 X 5G'였다. 기린980 프로세서, 바룽5000 5G 칩, 7.2인치 화면에 4200mAh 배터리, 40W 고속 충전 등 스펙이 소개됐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은 가상현실(VR) 안경과 함께 전시된 덕에 더욱 인기를 누렸다. 30~40대 남성 중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던 VR 안경은 3.5인치의 듀얼 패스트(Fast) LCD를 장착하고 3K 해상도(2880×1600)를 자랑했다. 100도 시야각을 가졌으며 90Hz의 주사율과 3020mAh의 배터리를 갖췄다.
메이트 20 X 5G와 20cm 거리를 두고 바로 옆에 놓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 모델은 6.7인치의 QHD OLED를 채용하고 2.6GHz를 비롯한 NSA Sub-6G를 지원한다고 표시됐다.
6~7인치 크기의 풀스크린에 홀펀치 혹은 물방울 디스플레이, 얇은 두께에 유사한 디자인, 맨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화질의 차이로 인해 8개의 모델 대부분 옆에 붙은 설명이 없으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5G 시대를 맞은 스마트폰의 대화면 추이가 폼팩터의 동질화를 부추긴 모양새다.
웅성이며 다른 기기를 들여다 본 대부분의 중국인들 역시 제품의 외형 대신 속도와 콘텐츠, VR기기에 관심을 가졌다. 다른 이가 내려놓기 무섭게 스마트폰을 손에 올린 참관객 대부분이 약속한 듯 속도 테스트 앱을 열었다. 5G 스마트폰을 맞는 소비자들의 변화다.
이 자리를 찾은 차이나모바일의 고위 임원도 '이 제품은 OOO 브랜드 제품'이란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직원이 집어 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뒤집어 봤다. 나열된 기기를 3초 가량 둘러 본 임원의 '픽(Pick)'은 VR 안경이었다. 쉽게 안경을 벗지 않는 임원 덕에 수 명의 수행 직원도 병풍처럼 서서 수 분간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한 상하이 MWC19 현장은 VR과 AR,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모바일 시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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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말하듯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통신사는 통신 네트워크 장비와 기지국 신기술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을 VR, AR, AI 기술에 할애하면서 중국에서 곧 열릴 5G 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후허우쿤 화웨이 순환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5G의 경우 게임, 영상, 쇼핑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기대된다"며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꼽아 말하긴 어렵지만 폴더블 등을 통해 화면이 더욱 확대되면서 더 큰 화면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 지고 애플리케이션 다양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새롭게 열릴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