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21일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측이 권고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최종 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올 여름에는 현행 누진제 요금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사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의결을 보류했다.
이사회가 논의한 안건은 전기료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 의결 여부다. 이사회에는 김종갑 한전 사장과 이정희 한전 상임감사위원 등 상임이사 7명과, 이사회 의장인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를 포함한 비상임이사 8명이 참석했다.
■ 한전, 누진제 TF가 제시한 권고안 '보류' 결정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는 지난 18일 앞서 제시된 3개 누진제 개편대안 중 여름철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1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한국전력공사 측에 제시했다.
최종 권고안으로 제시된 1안은 누진구간 확대안으로, 현행 누진 요금체계를 유지하면서 7월과 8월 누진 구간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다. 지난해에도 한시적으로 이 방식의 요금체계가 적용된 바 있다.
당초 한전은 누진제 TF가 제시한 권고안을 검토해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의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신청을 할 계획이었다.
이어 정부가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 등의 과정을 거치면 다음 달부터 새로운 요금제가 즉시 시행될 전망이었으나, 이사회가 의결을 보류해 무산됐다.
■ "한전 적자 어떻게 메우나"…소액주주 "배임 혐의로 사측 고발"
이사회에서는 현행 누진제 개편에 반대하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몇몇 이사진을 중심으로 여름철 전기료 할인에 따른 한전의 적자 보전 방안이 논쟁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TF 측이 권고한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은 지난해 전력 사용량 기준으로 총 1천629만 가구가 요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인액은 각 가구당 월 1만142원 수준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한전이 요금 할인분인 2천847억원의 비용을 메워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으로서는 전기료 개편안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사회 의장인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조만간 시일 내에 추가적으로 논의해 (전기료 공급약관 개정안 마련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면서 "전기료 누진제와 관련한 기본 공급약관 개편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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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한전 측도 이를 의식해 전기료 개편안 의결 시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국내 대형 로펌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소액주주행동 관계자는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이어 또다시 포퓰리즘 정책인 전기료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가"라며 "누진제를 철폐하고, 소비자들이 전기를 사용한 만큼 각자 요금을 부담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