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8월 폭염을 앞두고 이달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 작업을 서두르는 가운데, 누진제 폐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단체 전문가들은 여름철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넓히는 '누진구간 확대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일반 시민들은 연중 단일 요금제로 통일하는 '누진제 폐지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소비자 단체와 학계, 국책연구기관, 한전, 정부 관계자 등 12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전기료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3일 발표한 3개안을 두고 토론이 진행됐다.
■ 시민들 "누진제 폐지하라"…3안에 찬성 '몰표'
3개 안의 내용은 ▲누진체계를 유지하면서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넓히는 '하계 누진구간 확대안' ▲하계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하는 '누진단계 축소안' ▲연중 단일요금제인 '누진제 폐지안' 등이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킬로와트시(kWh) 이하인 1단계 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또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한다.
누진제 TF가 발표한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은 누진제 폐지안인 3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한전 의견수렴 게시판에 게재된 의견 870여개 중 3안을 지지한다는 의견은 약 90%에 달했다.
3안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각자가 사용한 전기량만큼의 요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공평하다', '가전제품의 다양화·대형화로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현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누진제 폐지안은 말 그대로 누진제를 없애고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누진제로 촉발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고, 지난해 사용량을 기준으로 폭염 시 1안과 2안 대비 가장 많은 전기료 절감 효과(2천985억원)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누진 1단계·2단계 구간의 낮은 전력소비 형태를 보이는 가정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산업부는 누진제 폐지로 약1천400만 가구의 요금 인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소비자단체 "많은 가구 혜택보는 1안이 적합"…한전 소액주주단체 반발
토론에서는 가장 많은 가구에서 요금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 하계 누진구간 확대안(1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았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여름철에 평상시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가구에 할인 혜택이 돌아가는 1안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E컨슈머 송보경 대표 역시 "현재 전기료의 불안 요소를 해소하려면 1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계 누진구간 확대안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된 할인 방식을 상시화하는 방안이다. 전력 소비량이 450kWh 이하인 대다수 가구에 지난해와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그러나 누진제 틀은 그래도 유지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1안으로 여론이 모이자 공청회에 참석한 한전 소액주주 단체가 반발해 토론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지난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이어 또다시 포퓰리즘 정책인 전기료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더 이상 한전에 부담을 주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현행 누진제는 철폐돼야 하고 소비자들이 전기를 사용한 만큼 각자 요금을 부담하는 편이 옳다"면서 "대신, 에너지 취약계층에는 에너지 바우처 등 다른 방식으로 요금 할인 혜택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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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는 이날 전문가 토론회 결과와 온라인 게시판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업부와 한전 측에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후 한전이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를 신청하면,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내 누진제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