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1조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결과를 방관할 수 없어 나왔다. 탈(脫)원전 정책이 주주들의 이익을 앗아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의 소액주주들이 '주가 회복'과 '경영 정상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비롯됐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인 전기료 인상안도 추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욱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한국전력공사 소액주주행동'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 강남지사 빌딩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주장했다.
집회를 주도한 장병천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의 적자는 무리한 탈원전 추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정책으로 비롯됐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 몫으로 떠넘겨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회를 이어가고 형사 고발 소송도 고려 중"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주주와 앞으로의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을 상대로 탈원전 정책의 명확한 이유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전기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전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행동 관계자는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기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계속 강조해 왔는데,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현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 없는 경영 정상화를 바랄 수 없다.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미래세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손실이 6천29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또 한전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적자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총 영업손실을 약 2조4천억원대로 예상했다.
다만, 한전의 영업손실 원인에 대해선 정부와 업계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부 에너지 업계는 원전 대신 발전 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탈원전 정책이 한전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전기료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반면, 정부는 연일 해명자료를 내고 "1분기 원전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연료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며 "한전의 실적 악화는 국제 연료비 상승 등이 원인이고,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는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의 적자 문제와 전기료 인상 문제는 일률적으로 다룰 수 없다"며 "한전의 상황과 함께 연료비와 기타 정책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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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에 따르면 소액주주행동은 이날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한전 강남지사 인근에서 집회 신청 등록을 완료했다.
소액주주행동은 한전 강남지사 인근 한전아트센터에서도 별도의 집회를 열어 한전 경영진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